“첨단기술·인문학이 버무러져야 좋은 상품 나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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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연구개발(R&D)의 개념을 ‘사업성’을 강조한 연구사업개발화(R&BD)로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연구개발(R&D) 성과도 사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R&D 성과를 시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끔 연구사업개발화(R&BD)로 가야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이끌고 있는 정재훈(54) 원장은 한국의 산업기술 R&D 과제 성공률은 9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사업화로 이어진 비율은 20% 정도로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R&D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성’과 ‘사업화’를 강조하는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로의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IAT는 국내 산업기술 R&D의 중장기 기획, 성과분석, 사업화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KIAT이 국내 최대 지식콘서트인 ‘테크플러스’를 6년째 주최하고 있는 것도 바로 R&D의 효율성을 높여 R&BD의 성공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기존 산업과 창의적 사고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거나, 다른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펼친다면 R&BD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테크플러스는 이런 창의성의 가치와 융합 마인드의 큰 흐름을 짚어주는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산업기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융합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R&D는 산업 간, 기술 간 높은 장벽이 존재하는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구조였다. 하지만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생활속 ‘하이테크’ 제품이 일상화하면서 이젠 R&D도 소비자 입장에서 평가하고 가치를 따져보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정 원장은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문화·예술,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입혀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자·엔지니어·공학자들이 기술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삶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전문 분야와 지식·경험을 교류하고 견문을 넓힐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점에서 첨단 기술과 인문학이 버무러진 테크플러스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올해부터 테크플러스의 참가비를 무료로 해 일반인과 학생들의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산업기술에서 융합의 중요성을 알리고,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청년층이 미래 산업기술의 역군으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참석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식순을 간소화하고, 첨단 기술 시연은 물론 새롭고 참신한 퍼포먼스를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산업정책의 요직을 두루 거친 ‘산업통’답게 그는 R&D 뿐 아니라 한국 산업기술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는 “대기업만 바라보는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불만이고, 중소기업들 원하는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라며 “대외적으로 주요 핵심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공적인 R&BD 시스템을 구축해 중견기업을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가치를 연결한 창의적 지식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테크플러스2014’는 오는 20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다. ‘일상 속의 하이테크, 꿈과 상상을 플러스’라는 주제로 미래의 지식과 기술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글=손해용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정재훈 원장=1960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무역정책관·기획조정실장·에너지자원실장·산업정책실장 등을 거치며 산업정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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