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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개발 공사 전면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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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행담도 일대 매립에 필요한 바닷모래 준설공사를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행담도 주변 매립공사가 전면 중단됐고, 개발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행담도 개발사업이 무산되면 도로공사는 매립지 원상복구와 손해배상 소송 등에 휘말려 최악의 경우 수천억원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 왜 중단됐나=해양수산부 평택해양수산청은 4일 도로공사 손학래 사장 앞으로 행담도 공유수면 매립에 필요한 바닷모래 준설 작업을 허락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평택해양청은 공문에서 "사업의 적법성 여부와 타당성 검토 등 사업 전반을 재검토해 사업을 시행해야 할 것으로 감사원 중간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현재로서는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돼 (모래 준설을) 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택해양청은 "감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려면 적어도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른 시일 안에 공사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도공은 평택항 개발지 앞바다에서 모래를 퍼내 행담도 주변 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행담도 주변 매립 계획 면적은 총 7만4000평. 현재 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모래를 퍼내 매립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등 71%의 공정이 완료됐다.

◆ 위기의 도로공사=바닷모래를 이용하지 않고 매립공사를 끝내려면 육지에서 토사를 구해야 한다. 행담도개발㈜ 관계자는 "육지에서 토사를 들여오면 공사비(420억원)가 최고 8배나 불어난다"고 말했다. 추가되는 공사비는 도공이 부담해야 한다. 도공이 1999년 싱가포르 ECON그룹 등과 맺은 계약에 따르면 도공이 매립 인.허가를 책임지게 돼 있어, 이를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도 도공이 떠안아야 한다.

도공은 평택해양청의 준설 인가를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공유수면 매립 허가기간이 내년 6월까지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행담도개발㈜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까지 모래 준설 인가가 나지 않으면 예정일에 공사를 마칠 수 없다"고 말했다. 허가기간 안에 매립을 끝내지 못하면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라 원상복구해야 한다. 원상복구 비용은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행담도개발㈜ 등은 예측했다. 이 비용 역시 매립허가를 받은 당사자인 도공이 부담해야 한다.

◆ 국제소송 가능성도=매립이 중단되면 2단계 사업인 행담도 내 복합레저시설 개발 사업은 2001년 완료된 1단계 사업(휴게소 건설)을 끝으로 백지화된다.

이 경우 행담도개발㈜과 ECON그룹이 도공을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계약서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런던이나 뉴욕에서 국제재판을 통해 해결토록 돼 있다. 행담도개발㈜은 도공에 청구할 손해배상 금액을 3800억원으로 정해두고 있다. 도공은 최악의 경우 매립지 원상복구 및 국제소송 등으로 5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도공 관계자는 "인가가 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평택해양청과 협의해 조만간 인가가 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택해양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라는 피치 못할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6월 완공 시점에 대한 연기요청을 해올 경우 협의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연기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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