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투기 겨냥 부동산세, 서민 등골 안 빠지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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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동산종합대책의 윤곽이 잡히는 모양이다. 정부와 여당은 보유세 증가의 상한선을 없애거나 대폭 높이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액도 현행 9억원에서 크게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구체적인 세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 탄력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세율을 대폭 올리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을) 가지고 버티면 보유세, 팔아서 남긴 것은 소득세로 전부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향이 좋다"고 밝힌 과세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우리는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합법적인 과세권을 행사해 부동산에서 얻어진 과도한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은 정당하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방안은 몇 가지 우려를 자아낸다.

우선 종합부동산세를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채 보유세 증가의 상한선을 느닷없이 높이는 것은 과세체계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는 처사다. 당초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세부담이 일시에 급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가 전년의 50%를 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은 바로 정부와 여당이었다. 그 사이 그런 사정이 바뀌었을 리가 만무한데 서둘러 과세기준을 바꾸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부세의 부과 기준금액을 낮추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대로 기준금액을 6억원대로 낮추면 당장 강남에 30평대 아파트를 한 채 가진 사람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 여기다 보유세 증가 상한선까지 없애면 세금이 갑자기 몇 배씩 뛰는 사태가 벌어진다. 다주택자나 땅 부자라면 모르지만 달랑 한 채 가진 집값이 올랐다고 세금을 뭉텅이로 더 내게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투기 잡는다고 서민 등골만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한꺼번에 높이는 것은 퇴로를 막은 채 세금 몰매를 때리는 격이다. 집을 가지고 있을 수도, 팔 수도 없게 만드는 세제는 징벌적 목적이 아니라면 정당한 과세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