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박정희 이름 앞뒤로 바꿔 ‘희정’으로 작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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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5월 24일 오후 안희정 지사가 충남 보령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도청으로 돌아갈 때였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운전기사가 코피를 흘렸다. 안 지사의 행사 일정 때문에 매일 장거리를 뛰다 보니 피로가 쌓였던 것이었다. 차를 세우라고 한 안 지사가 말했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안 지사)

 “예?”(운전기사)

 “뒤에서 좀 쉬세요.”

 어쩔 줄 몰라 하는 운전기사를 뒷자리에 태우고 안 지사가 운전을 해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충남 홍성에 도착했다. 안 지사는 “늘 애써주시는 분이라서…”라고 했다.

 안 지사는 이렇게 격의 없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외부 약속이 없어 도청 구내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꼭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가끔은 퇴근 뒤 직원들과 도청 체육관에서 탁구나 배드민턴을 함께 친다.

 지사 초기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직원들이 피했다. 그러면 안 지사는 쫓아가 말을 걸었다. “왜 피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했다. 직원들이 “어려워서”라면 “엘리베이터 안 같은 공간에선 그저 친구 아니면 선후배이니 편하게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에 대해 “이미지 만들기에만 신경 쓴다”는 견해도 있다. 태안반도 북쪽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처럼 주민들 간에도 의견이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해서다. 안 지사 측은 “충남이 아니라 국가 사업이라서 지사가 거론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고향은 충남 논산이다. 철물점을 운영하던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 앞뒤를 바꿔 ‘희정’이라고 지었다. 남대전고 1학년 때 『러시아 혁명사』를 읽고 혁명을 꿈꾸며 중퇴한 뒤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1989년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의 비서실장이던 김덕룡 의원과 일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0년 처음 지사에 당선된 뒤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게 됐을 때 몹시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만남을 거듭하면서 그분들이 나를 조금씩 이해해주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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