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UP] 벗겨라 그리고 베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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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얼굴 85점, 몸매 87점. 특히 엉덩이에 섹시함이 철철 넘치므로 90점 드리겠습니다."

사람을 순식간에 숫자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 얘기다. 워너사가 제작한 'ARE YOU HOT?'이란 리얼리티 프로그램. 지난봄부터 국내 케이블에서도 방영 중이다. 심사위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출연자들의 몸매와 몇 마디 말투만 보고 '핫'(HOT.섹시함) 또는 '낫(NOT.섹시하지 않음)이라고 바로바로 결정한다. 오직 외모와 몸매만이 순간의 선택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도 제작된다. 케이블 채널 동아 TV가 준비 중인'R. U. HOT'이 그것이다. 진행방법은 물론 프로그램 이름까지 붕어빵이다. 16일부터 수도권에 이어 대구.광주.부산 등 전국을 돌며 가장 섹시한 남자와 여자를 선발해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결선 무대를 연다. 최고의 섹시남녀로 뽑힌 이에겐 상금 3000만원에 연예계 진출 기회까지 제공한다고 장담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인 만큼 시청자의 눈길은 잡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골적인 외모지상주의와 베끼기만으로 점철된 방송이 얼마나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어차피 한번치고 빠지는 것이니 그런 비난은 질끈 눈을 감은 것일까.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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