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친노 해체 공개선언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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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연합 문재인 의원은 6일 “우리 당은 변화하겠다고 해놓고 실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김형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친노 해체’를 공개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문 의원은 “계파를 불식하는 데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며 “필요하다면 ‘문재인 계파는 없다. 만들지 않겠다’ ‘친노 해체’, 이런 식의 선언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선언이 근원적인 해법이 아니고, 공천 같은 계파주의의 근본 원인을 아예 없애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필요하다면 이런 선언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 시간의 인터뷰에서 그의 목소리는 계파주의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가장 높아졌다.

 문 의원은 “당내의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무시하고 친노, 비노, 친노 강경파라고 말하는 건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억울해했다. 특히 “친노 패권주의, 이런 말을 들으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현실”이라며 “그것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조금 분명한 생각을 드러냈다. 문 의원은 “적당한 시기에 고민을 매듭짓겠다. 그렇게 멀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문재인 정치의 장이 만들어지는 거냐’는 질문엔 “기대하세요”라고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선 “정치에 대한 권유는 임기가 끝나고 난 이후라도 전혀 늦지 않다”면서도 “임기 잘 마친 뒤에 혹시 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하는 게 DNA도 더 맞고 의리상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분이 총장으로 선출되도록 참여정부가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도 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반 총장과 맞붙는다면’이란 질문을 하자 “아이고. 여기서 더 나가면 논란을 키운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음은 주요 문답.

 -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 정도인데.

 “참 부끄럽다. (고개 숙이며) 이런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답하는 심정도 참담하다. 새누리당은 아주 묻지 마 지지층, 두터운 지지층이 있고 한데도 ‘보수혁신’ 등 변화하려는 노력들을 꽤 오랫동안 치열하게 하고 있다. 반면 우리 당은 ‘변화하겠다’는 말은 해놓고 실천하지 않았다. 신뢰의 위기다. 역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 당의 정말 어려운 상황, 우리의 큰 위기감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 내년 2월 전당대회가 신뢰 회복 계기 될까.

 “전당대회에 나서는 분들은 ‘혁신’ ‘변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선출된 대표는 그에 대한 추진력과 권위를 부여받게 될 거다.”

 -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현행 경선 룰을 유지해야 하나.

 “룰에 손을 대면 모든 요구가 분출된다. 요 부분만 바꾸자로 안 된다. 당은 더 큰 분란에 빠진다. 특정 계파에 유리하느냐 불리하느냐의 관점으로만 보니 우리 당이 발전하지 못하는 거다.”

 - 일부에선 현행 룰을 유지하면 친노의 독식이 가속화될 거라고 한다.

 “미리 정해진 룰에 따라 선거가 치러지고 공천이 이뤄져야 유력자 뒤에 줄 서는 계파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직전에 계파 간 타협으로 룰을 만들면 국민들도 신뢰하지 않는다. 룰대로 가는 게 우리 당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 문 의원과 가까운 의원 중에서도 지금 대표가 되면 상처 입는다는 사람이 있다.

 “다 일리 있는 이야기라 이 말 들으면 이 말이 맞고, 그 말 들으면 그 말이 맞고. 제 원칙이나 판단 기준은 정치에서 계산만 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 우리 당의 절실한 과제가 혁신이라면 어떻게 혁신할까에 올인해서 판단해야죠.”

 - 1469만 표를 얻은 대선 최다득표 낙선자인데 그동안 ‘문재인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아픈 비판이다. 대선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간이었다. 그런 입장에서 문재인 정치를 보여줄 수는 없었다.”

 - 개헌과 선거구제에 대한 생각은.

 “개헌은 필요하고, 논의할 만한 시기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씻어낼 수 있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엔 회의를 갖고 있다.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가 대표성과 대의성이 완벽한 제도다.”

 - 당내 인사들 중 차기 대선 후보로 최대 라이벌은 누구라고 보나.

 “박근혜 정부 2년차이지 않나. 대선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리 당이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다음 대선 때 정권 교체를 이뤄낼 만한 지지받는 자원들이 새누리당에 비해 좀 더 풍부하다는 거다. 각자 영역에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저는 당 혁신,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정을 잘하셔야 하고. 정치는 알 수 없으니 나중에 언젠가 경쟁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건 다음의 문제다.”

 - 대선 후보를 지낸 인물이 세월호 유족과 동조 단식을 해 논란이 있었다.

 “오히려 대선 후보였기 때문에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나. 결국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을 이끌어내고, 생명을 살렸으므로 제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서승욱·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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