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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연안 국가의 공동체로 발전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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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의 「태평양 정상회담」제의는 81년 전대통령의 미국과 아세안 5개국 방문에이은 후속적인 외교조치다. 전대통령은 방미를 통해 당시 불편했던 관계를 털고 「한미 새시대」를 연후 아세안 5국을 순방, 같은 아시아, 같은 개도국으로서의 입장과 이념의 공유를 확인했다. 이웃 일본과는 새로운 차원의 협력관계 모색을 서두르는 한편 뉴질랜드와 캐나다수상을 잇달아 초청, 기존 우호관계를 다지는 등 태평양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일련의 기반조성노력을 끝낸 다음 24일 마지막 단계로 「프레이저」 수상에게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시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l년 3개월 여만에 일본을 제외한 태평양연안의 9개국(미·가·호· 뉴질랜드·인니·마련·싱가포르·태·비) 정상을 모두 만났다. 이날 「프레이저」 수상을 끝으로 환태평양의 마지막 고리(환)를 채우게 된 셈.
전대통령은 작년 6월 25일 아세안순방 첫날 첫 기착지인 자카르타에서 「수하르토」인도네시아 대통령 주최만찬의 답사를 통해『아세안, 나아가서는 태평양 연안국들이 정치·경제·문화 등 각 방면에 걸쳐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위대한 태평양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역설했다. 외교소식통은『이때 이미 태평양국가의 협력체재 구축을 향한 외교장정은 중반에 들어서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이는 제5공화국 출범과 동시에 발진한 외교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 협력체제의 구상은 정치·경제·문화의 국제적인 중심이 점차 유럽에서 태평양연안국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기본인식에 따라 78년 말 「오오히라」(대평정방) 일본 수상이, 이른바 「환태평양 연대」 구상을 발표한 이래 미 의회는 수 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열고 구체적인 기구창설을 제의했고(「로드」 상원의원의 「태평양 포럼」·「울프」 하원 외무위 아·태 소위원장의 「태평양 공동체 협회」 창설 제의 등) 호주는 세미나를, 캐나다는 국제회의를 여는 등 역내 각국들은 저마다 큰 관심을 나타내왔다.
물론 이 같은 큰 관심은 민족·문화·종교 등의 격심한 상이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연안국의 경제적인 활력과 잠재력·막대한 자원·상호 의존관계의 확대·산업화의 진도가 다른 국가의 잠재 등으로 소규모적이거나 특정목적에 국한된 기존 지역협력기구로는 불충분하다는 것 등이 그 배경으로 돼 있다.
최근 프랑스도 「미테랑」대통령이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스즈끼」(영목선행)수상으로부터 일본의「환태평양 연대」구상을 설명 받았다. 이를 계기로 역내국가가 아닌 프랑스까지도 세계의 중심이 태평양연안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아래 더 늦기 전에 태평양상의 불영 카레도니아군도를 통해 이 지역 세력의 일원으로 이 지역에 정치적·경제적 기반을 굳혀 응분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하는 한편,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 위해 특별연구팀을 구성하고 귀국 즉시 아·태 지역 공관장회의를 소집, 수주이내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일본은 수상의 개인정책연구그룹 (반장 「오오끼따·사부로」 전 외상)이 이미 「환태평양 연대」 구상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만든바 있고 호주는 캔버라 국립대학교 (ANU) 에서 태평양 공동체 세미나를 갖고 상임위원회(가칭 Pacific Cooperation Committee)설치를 결의한데 이어 오는 6월 방콕에서 제2차 의의를 갖는 등 일본과 호주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적극성에 대하여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피점이라는 아픈 경험을 갖고있는 아세안 각국으로부터 강한 저항과 반발이 뒤따르고 있어 선창자의 강한 톤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시아 위크지는 작년 7윌10일자에『전대통령이 자카르타에 위대한 태평양시대의 개막을 예기했는데 만일 일본이 그런 말을 했다면 틀림없이 악명 높은 대동아 공영권의 악몽을 되새기게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 밖의 구미선진국의 독주에 대해서도 역내 개도국의 많은 의구와 경계를 사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작년 전 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아세안과 상호보완적인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했고 한발 앞선 개발경험을 통해 역내 선·후진국문의 교량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의 이 같은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가능하게 한바탕이다.
한편 「태평양 정상 회담」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앞에 말한 여러 이유 이외에 현재 지역마다 나토, 바르샤바, OAU(아프리카 단결기구), OAS(미주 기구), 불-아프리카 정상회담 등이 있으나 아·태 지역만 정상회담이 없다는 점을 드는 의견도 있다.
대상국은 일단 미·일·가·호·뉴질랜드·아세안 5국·한국을 비롯해 파푸아뉴기니(PNG) 가 거론되고 있으나 역내 모든 국가에 문호를 개방한다는 원칙에는 대부분의 역내국가가 찬동하고 있으므로 중공 등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태평양 정상회담」은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라는 명제로 가는 꼭 거쳐야 할 도정인 것 같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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