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유학' 과장광고 조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 한의대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과 직장인이 늘고 있다.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한의사 자격을 딸 수 있는 데다 현지 생활에 정착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 외국 한의대는 "의료 시장이 개방되면 한국에서도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과장광고를 통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30%가량이 한국 유학생인 대학도 있어=12일 보건복지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캐나다 등에는 50여 개의 한의대가 있으며, 해마다 한국 유학생이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S한의대의 경우 전체 1000여 명의 재학생 가운데 30%가 한국 출신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캐나다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이 1000여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한의대 한국본부 관계자는 "신입생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에서부터 정년을 앞둔 은행원.교수까지 다양하다"며 "날마다 10~20통의 문의전화가 오며, 3~4명은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한의대로 진학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미국 한의사 면허가 있으면 높은 소득을 보장받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의학이 대체의학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데다 교민이 많아 취업이나 개업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특별한 시험 없이 입학이 가능하고 한국어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졸업 뒤 치르는 한의사 면허 시험도 한국어로 응시가 가능하며 별도의 실기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있다.

◆ 국내에선 활동할 수 없어=하지만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미국으로 갔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방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 2002년 말 미국으로 떠난 박모(47)씨는 지난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미국 면허를 취득한 뒤 LA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한의원을 개업했지만 한의원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대한한의사협회 최원호 부회장은 "LA나 뉴욕 등 주요 도시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을 끌어들이려는 외국 한의대의 과장광고를 조심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대학에선 "2008년께 한의학 분야가 개방되면 외국에서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국내에서 한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며 무분별하게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대학과는 수업 내용과 학제 등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자격증으로 국내에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해용.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