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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입양제도 … 양부모가 서류 위조해도 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마음이 정말 아파요. 어떻게 그래요. 입양을 했으면 내 아이처럼 키워야지.”

 전형찬(57·전북 익산시)씨는 2000년 두 딸을 공개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는 “잇따른 입양 아동 학대 사건으로 입양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울산 김모(46·여)씨가 입양한 딸(25개월)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입양 절차와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입양 기관은 지난 6월 김씨가 딸을 입양한 이후 단 한 차례 전화로만 사후관리를 대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양 전 가정법원에 제출한 서류가 상당부분 위조된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입양인원가족모임 민들레회 최형숙 사무국장은 “입양 관리의 허술한 부분이 드러난 셈”이라며 “제도 안에서 입양된 아이들인데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을 고쳐 입양 아동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양부모의 자격기준과 입양 가정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입양을 하려면 반드시 가정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때 양부모가 범죄경력이 없는지, 입양 기관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는지를 증명하도록 했다. 또 입양 후에도 입양 기관이 1년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규정이 미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교육과 교수는 “입양에 대한 지원이 많아질수록 입양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오게 마련”이라며 “입양의 사전·사후 조사 방식에 관한 규정을 현행보다 훨씬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시험 양육기간을 두고 전문가들이 입양 아동과 부모의 적응 여부를 판단해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입양 판정을 내린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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