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3조 꿈 … 세무 조사관이 평생 팬 하겠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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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차 가수 박진영은 “세계적인 음반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중앙포토]

불혹을 넘겼는데 팔 근육이 탄탄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가수·프로듀서인 박진영(42)은 “매일 한 시간씩 태릉선수촌 국가대표처럼 운동하고 있다. 예순까지는 무대에 최상의 몸 상태로 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4일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그는 “‘나이든 것 치곤 잘하네’라는 말을 듣는 정도론 만족이 안 된다. 특히 하체는 운동 걱정에 잠을 설칠 정도로 고통스럽게 단련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철저히 단련시킨 건 실패의 경험이라고 했다. 2003년 말 박진영은 미국으로 훌쩍 떠나 JYP 음악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다. 5년간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도 미국 유명 음반기획사에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데까지 나아갔다. 자신이 키워낸 원더걸스·임정희 등 가수들도 본궤도에 막 오르려는 시점이었다.

 그때 금융위기가 닥쳤고, 5년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미국 음반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처럼 음악인이 아니라 금융인이다. 월가가 무너지니까 음반사에서 ‘리스크가 큰 사업은 접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연히 미국인이 아닌 우리 가수들이 1순위였다. 고생과 수고가 없던 일이 됐다.”

 불가항력이었다. 박진영은 “초조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딱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노력을 들인 것보다 더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하지만 세상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벽도 있더라”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JYP는 3대 기획사로 불리지만 사실 그리 큰 회사가 아니다. 천천히 그리고 올바르게 이 두 가지만 잡고 가려고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 시장을 향한 도전은 실패했지만 세계적 음반사의 시스템을 배운 건 나름의 성과다. 이를 JYP에 천천히 적용하는 게 그가 지금하고 있는 ‘실험’이다. “미국 4대 음반사는 모두 자체적으로 몇 개 씩의 레이블을 갖췄다. 몇 개의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기능 하려면 여러 명의 ‘박진영’이 필요하다. 여러 레이블을 통해 음반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시가총액 3조원을 이루는 게 목표다.”

 조급해 하진 않지만 관리엔 엄격하다. 현금을 주는 행사는 못 가게 하고, 룸살롱도 금지한다. 그는 “검찰·국세청이 온다 해도 떳떳하다. 나 자신도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조사관이 ‘평생 팬 하겠습니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20년간 JYP 소속 연예인 중 범법 사건은 닉쿤의 음주운전, 단 한 번이었다고 한다.

 세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진영의 아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카라는 이유로 관련설이 떠돌았다. 그는 당시 아내가 조카인 건 맞지만 회사에 자금이 유입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밝힌 내용이 진실이다. 나는 말을 안 한 적은 있지만,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박진영은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밀크 뮤직 라이브 스테이션’ 무대에서 한 시간 반 동안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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