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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작된 입양서류에 가정법원까지 깜깜했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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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입양된 25개월 여아가 어머니의 무차별 폭행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아이를 쇠파이프로 수십 차례 때리고 매운 고추를 물에 타서 억지로 먹였다고 한다. 울산과 경북 칠곡 계모의 아동학대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해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희생된 여아는 입양 아동이다.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을 바꾼 취지의 하나는 입양아동의 권리 강화이고 핵심 장치가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다. 그런데 이번에 대구가정법원이 입양부모의 자격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아이의 어머니가 재산·소득을 부풀리기 위해 집세를 보증금 500만원·월세 35만원에서 전세 3500만원으로 바꿨고 사무실 임대계약서와 재직증명서를 위조했는데도 체크하지 못했다. 사기 전과도 있다고 한다. 입양기관이야 공적 자료 접근권이 없지만 법원은 확인 가능하다. 법원이 아이 입양을 허가한 시점은 6월이다. 아이는 지난해 12월 입양가정에 미리 가서 살았다. 아이의 적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험 양육’이라고 보면 그 자체는 권장할 만하다. 그런데 법원은 아이 가정을 한 차례밖에 방문조사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아이의 적응 여부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문이다.

 입양기관도 마찬가지다. 두 차례 사전 조사 중 한 번은 불시 방문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 입양 후 1년 동안 사후관리를 해야 하지만 한 차례 전화 확인에 그쳤다. 현행 입양특례법에는 입양부모의 자격 요건에는 ‘충분한 재산’이라고만 규정돼 있다. 재산이 제대로 된 양육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 정도는 된다. 아이의 어머니는 별거 중인 사실을 속였고 월 수입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걸러내지 못했다.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가정법원의 역량부터 높여야 한다. 조사관을 늘리고 필요하다면 가정법원을 늘려야 한다. 외국은 입양 전 1년가량 부모의 자격을 검증한다. 입양 후에도 생후 24개월이 안 된 아이면 매달 방문조사한다. 국내 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입양수수료(270만원)를 면제하고 월 15만원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금전적 유인’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 입양부모에게 돈을 주는 나라는 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