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고용해 대리운전 고객 개인정보 빼돌린 남성 검거

중앙일보

입력

  해커를 고용해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된 고객정보 11만5000여건을 빼돌린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양모(50)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양씨가 빼돌린 고객정보에는 집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과 필리핀에서 중고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는 양씨는 대리운전 콜센터를 새 사업으로 구상해 왔다. 양씨는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고객 정보가 있으면 사업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양씨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커 M에게 접촉해 대리운전 고객 정보 해킹을 의뢰했다. M씨는 양씨에게 해킹을 하기 위해선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접속 아이디(ID)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씨는 “대리업체의 지사를 설립하게 해주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주겠다”며 A대리운전업체에 접근했다. A업체는 양씨에게 대리운전업체들의 고객정보 등을 관리해주는 B업체의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를 발급해줬다.

ID를 발급받은 양씨는 지난 9월 초 서초구의 모텔로 향했다. 미리 준비해간 노트북의 원격접속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필리핀에 있는 해커 M에게 노트북 사용권한을 넘겨줬다. 해커는 준비해둔 ID로 B사의 서버에 접속해 30분 만에 고객정보를 빼냈다. 이들이 빼낸 고객정보는 11만5000건. 이용고객의 전화번호와 출발ㆍ도착지 정보와 배정된 대리운전 기사의 연락처 등이 담겨 있었다. 양씨가 고객정보를 빼주는 대가로 양씨가 해커에게 준 돈은 200만원이었다.

하지만 양씨의 범행은 금세 드러났다. B사의 보안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해킹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경찰이 모텔 주변을 탐문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양씨는 범행 5일 만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양씨는 경제사정 악화 등으로 도피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달 15일 귀국해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조사 결과 양씨는 이미 빼낸 개인정보를 필리핀 현지의 개인정보 수집상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 해커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며 “유출된 정보에 고객의 주소 등이 담겨 있어 각종 전화금융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