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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때 변호인 참여, 실효성 높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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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피의자를 신문하기에 앞서 신문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음을 반드시 고지토록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바꿨다. 또 '수사에 현저한 지장 초래'등 포괄적 규정을 두어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제한했던 규정을 폐지하고 수사 기밀이 공범에게 누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국한시켰다.

이번 운영지침 개정은 무엇보다 피의자가 수사 초동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사기관에 소환된 피의자로선 가장 절박하고 변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 수사 초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수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하나가 더 마련됐다.

검찰은 새 운영지침이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내용을 미리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때늦은 조치다. 우리 헌법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9월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을 요청하는 것은 수사 시작 때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종전 지침을 근거로 체포.구속 후 48시간 이내에는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제한해 왔다. 그 결과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 횟수는 지난해 158건, 올 1분기 37건에 불과하다.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검찰의 지침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아울러 법원에서 변호인 참여 없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국선변호인제를 수사 초기단계로까지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