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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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국내 오디션을 끝낸 KBS교향악단이 8일(하오7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조소연씨의 객원 지휘로 제2백28회 정기 연주회를 가졌다.
지휘자 조씨는 소절 하나 하나를 분석하는 세밀한 표현보다는 큰 스케일로 전체상을 고딕건축처럼 균형있게 이룩하는 작품해설을 했다.
그러니까 얼굴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고 윤곽만을 그리는「세잔느」나「마티스」의 인물화와도 같은 터치가 된 셈이다.
「시벨리우스」의『핀란디아』는 색채는 다소 부족했지만 격정·서정 등의 코트라스트를 살리면서 조형을 제대로 이루었다.「바그너」의『「트리스탄」과「이졸데」』중의『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은 철학가「니체」가 병들었다고 비난한 바 있는「바그너」의 독특한 관능적인 도취주의를 좀더 강렬하게 나타냈어야 할 것이다.
솔로를 맡은 소프라노 곽신형씨는 오키스트러의 투티에서는 볼룸 관계로 파묻히긴 했지만 정감이 넘치는 톤으로「쇼펜하워」의 페시미즘에 이를 만큼 본질적인「바그너」의 비극미를 형상화했다.
「브람스」의『교향곡 제1번』은「브람스」특유의 강인한 집요성을 모체로 한 연주가 아니라 이 고전파적인 작품에 정서를 불어넣어 해석한 것으로 보였다. 이것도 미학상 가장 중요한 감정이 입혀 못지 않은 작품해석이 되겠지만 논리나 감점보다 정서를 주제로 한 연주가 된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브람스」의 새로운 해석이다.
지휘자 조씨는 얼마 전 서울 시향을 처음으로 지휘하고 이번에 두 번째로 KBS를 지휘했는데 그의 실력이 어떤지는 아직 두고 보아야 하지만 테크닉보다는 에스프리에 더 비중을 두는 그러한 타이프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지휘자가 적은 우리 음악계에서 그의 귀추를 주목하게 된다. 정기 연주회를 열 때마다 KBS단원들이 강력한 의욕과 아울러 완전한 앙상블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원귀<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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