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 속 미세 중력 연구하다…노약자 운동기구, 건강제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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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 소재로 유명한 고어텍스는 원래 1980년대 미국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이 입었던 우주복 소재였다. 자동차 에어백을 빠르게 부풀리는 기술은 우주발사체에서 인공위성을 분리하는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이처럼 기초연구가 일반인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기술혁신으로 이어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국내에서도 이런 ‘제 2의 고어텍스’ ‘제 2의 에어백’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5~7일 일산 킨텍스에서 기초연구 우수성과 전시회를 연다고 4일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하는 ‘2014 R&D 성과확산대전’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총 50건의 기초연구 성과가 전시된다. 연세대 의공학부 김한성 교수의 ‘마이크로 중력이 쥐의 근육과 뼈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책 연구’가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마이크로 중력(micro gravity, 미세 중력)이란 중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우주 상태를 말한다. 이런 곳에서는 몸에 받는 저항이 줄어 뼈와 근육이 쉽게 약해진다. 하지만 실제 우주에서 이런 연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이 점에 착안해 201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지상에서 마이크로 중력을 모방할 수 있는 실험장비를 만들었다.

 연구는 마이크로 중력 하에서 뼈와 근육 위축을 막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이어졌다. 김교수는 홍삼·달맞이꽃 등에서 근 위축을 억제하는 성분을 찾아냈다. 또 초음파·레이저를 이용해 지상에서 걸을 때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파동)을 모사하는 장비도 개발했다. 김 교수는 “하루에 5분만 이 장비를 쓰면 중력이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한 것처럼 뼈와 근육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런 기술은 우주인을 위해 개발됐지만 노약자나 격렬한 운동에 지친 운동선수들에게도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특허받은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천연물 근육케어 제품을 개발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근·골격 강화 제품도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 외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고급영상 자동제작시스템(엠제이브이) ▶이공계 교육·연구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휴먼 홀로그램 아바타 기술(광운대) 등도 선보인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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