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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수록 손해"…서로 깨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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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건진 특파원】영국과 아르헨티나는 6일 포클랜드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하는「케야르」유엔사무총장의 중재 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함으로써 화전의 갈림길에서 평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양국이 유엔의 프레임워크 내에서 정전과 철거를 달성하고 포클랜드 주권협상을 시작한다면 국제분쟁의 평화적 조정자로서의 유엔의 기능과 권위도 모처럼 되살아나게 된다.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유엔의 중재 안에 동의하고 있는 배경에는 ▲순 양함 벨그라노 호와 구축함 셰필드 호 피침 사건에서 증명됐듯이 확 전의 경우 어느 쪽도 승리의 보장 없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위험성이 높아졌고 ▲미국의 평화중재노력이 결과적으로 불신 받고 있으며 ▲평화타결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서방권 내의 전쟁은 소련블록에만 이익을 안겨 준다는 인식, 그리고 ▲양국내국민여론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깔려 있다.
양국은 유엔평화 안에 대한 원칙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실질문제에서는 중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포클랜드주둔 아르헨티나 군대의 완전철수를 내걸고 있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영국의 선 철군조건을 거부하고 동시철군이라면 주권문제를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양국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레이건」미대통령은 유엔안보리의 결의안 502호를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대영 설득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대처」영국수상은 협상과정에서도 아르헨티나에 대한 군사행동은 그대로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평화협상문제가 조기에 타결되지 않고 시간을 끌수록 영국에 불리해 진다는 점을 들어 영국이 포클랜드 군도에 대한 전격적인 상륙 작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양국이 유엔의 중재 안을 수락한다고 해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포클랜드의 주권이 어느 쪽에 속하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다.
양국은 지금까지 포클랜드의 주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케야르」총장의 중재 안은 이 문제를 잠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클랜드군도의 유엔관리 안을 내놓고 있다.
포클랜드에 대한 유엔의 행정체제수립이란 유엔이 잠정적으로 일종의 신탁통치를 하거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여 주권 협상타결 시까지 관리한다는 방안이다.
아르헨티나 측은 유엔중재 안에 대한 그들의 관심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코스타·멘데스」외상을 다시 유엔으로 파견할 예정인데 양측의 최저 양보 선을 차후의 협상테이블로 미루어 놓는다는 원칙만 합의되면 포클랜드에서의 총성은 극적으로 멎어 길지도 모른다.
월남평화협상을 주도했던「키신저」전미국무장관은 『영국·아르헨티나 양국이 유엔 중재 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앞으로 1, 2일 내에 포클랜드에서 휴전이 실현될 것을 뜻한다』고 까지 말했다. 다만 유엔중재 안에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6개 항목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중에는 협상시한을 정하는 문제, 아르헨티나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하는 문제 등 이 포함돼 있다.
포클랜드 사태가 협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대규모의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포클랜드 해역에서의 산발적인 전투행위는 언제든지 이 협상분위기를 깨 버릴 불씨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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