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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모아 부부관광 다닌지 5년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주 토함산중턱에서 관광버스의 추락사고로 참변을 당한 광주 연초제조창 직원들은 거의가 부부동반 계원들.
이들은 1년에 한차례씩 부부끼리 명승지로 동반관광을 해왔다.
전남북 연초제조창 기능직 직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올해도 연휴가 겹친 5월초인 지난1일 상오6시 광주고속 전남5바1018호 버스(운전사 최석규)를 광주 세방여행사와 56만원에 계약, 관광길에 올랐다.
코스는 광주를 떠나 경주·동해안·설악산을 거쳐 광주까지 오는 나들이.
광주엽연초제조창 직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5년전 충남 신탄진에 근무할 때부터 전북출신 직원부인들로 친목계를 조직해 봄·가을로 나눠 관광을 해오다 남편들까지 포함, 계를 운영해왔다는 것.
지난해 가을에는 부부계원 전원이 제주도 관광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대부분이 30∼40대로 자녀들도 어린 미성년자들.
이 때문에 철모른 어린 꼬마들은 엄마를 찾고 다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케 했다.
특히 부부가 함께 사망한 홍성린씨(41·광주시 양산동273)의 경우는 광주연초제조창 직원계 모임과는 관계없이 사진 촬영기사로 동행, 사고를 당해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방송뉴스를 통해 사고소식을 알게된 유가족들은 광주고속과 연초제조창으로 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유가족들은 졸지에 당한 사고에 넋을 잃었고 광주연초제조창으로 몰려와 울음을 터뜨렸다.
부부가 함께 참사를 당한 홍성린(41)씨와 조정순씨(37)집에는 장남 윤기군(15·금파공고1년)은 사고현장에 가고 없고 은주(14·효광여중2년) 찬기(11)군만이 남아 부모를 찾으며 울먹였다.
급전을 받고 달려온 윤기군의 이모인 조명순씨(35·서울 마포구 아현동596의399)는 홍씨 가족이 제조창 직원이 아닌 사진기사로 따라갔다가 사고를 당해 장례문제와 생활이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또 부부가 함께 사망한 김준철(43·광주시 운암동424의19)·강봉순(42)씨 집은 장녀 경희양(15·효광여중3년)이 식음을 끊고 누워있었으며 4살짜리 정희, 2살 형률군은 『엄마엄마 어디갔어』라고 외치며 울고 있었다.
안방에는 친척·이웃사람·연초제조창 직원가족들이 찾아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광주시청은 2일 의료진(의사1, 간호원2)을 사고현장으로 급파, 경상자수송 때 응급치료토록 하고 사망자 가족에게는 구호양곡 1가마(40kg)와 위로금 20만원을 전달했고 부상자 가족에게는 구호양곡1가마, 위로금 10만원씩을 구청을 통해 전달했다.
유가족이 어려 밥을 짓지 못할 것에 대비해 광주시청과 광주연초제조창 여직원들로 봉사반을 편성, 윤번제로 밥을 지어주며 돕고있다.
○…사고발생 15분전 사고버스에서 내린 광주 세방여행사 안내원 서양숙씨(30·여)는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한 케이스.
이번 관광여행을 알선하고 안내책임을 맡았던 서씨는 변을 당한 15쌍의 부부들과 함께 출발지 광주에서부터 줄곧 행동을 같이 해오다 이날 하오4시35분쯤 불국사 관광을 마치고 자신은 일행의 숙박준비를 위해 버스에서 내려 예약해 둔 불국사 신광여관으로 가는 바람에 화를 면했다.
○…구준선씨(45)·유정옥씨(42)부부는 아예 광주에서 늑장을 부리다 출발시간을 놓쳐 일행들과 함께 떠나지 못해 섭섭해하다 살아남는 행운을 안았다.
당초 16쌍의 부부가 함께 떠날 계획이었으나 구씨 부부는 이날 집합시간인 상오6시를 훨씬 지나 7시가 되어도 출발준비가 되지 않아 일행은 이들 부부를 남겨둔 채 출발했던 것.
○…경찰은 당초 상부에 교통사고를 보고할 때 사고버스가 석굴암으로 가던 중 맞은편에서 번호미상의 택시가 나타나 이를 피하기 위해 운전사 최씨가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했으나 목격자진술로 이같은 택시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고대책본부는 뒤늦게 이를 시인, 사고원인을 단순한 운전부주의로 고쳐 발표하기도 했다.

<광주=박근성·경주=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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