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연정 구상 공론화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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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구상에 대해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섰다. 당내 전략통 중 한 명인 민병두 전자정당위원장이 가장 먼저 총대를 멨다.

민 위원장은 7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른바 '대(大)연정''소(小)연정' 개념에 대한 구체화를 시도했다. 그는 "한국적 현실에서 한나라당과 대연정이 가능하려면 대통령의 탈당이 전제조건"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대연정은 항상 와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안으로 미국식 '상징 연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이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공화당의 윌리엄 코언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예로 들었다. "우리도 국토 균형발전 등의 이슈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을 발탁해 지역구도 극복과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를 '상징적'으로 입각시키자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소연정에 대해서는 '개혁 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노동당 혹은 민주당, 아니면 둘 다를 대상으로 하는 개혁 연정이 (대연정에 비해) 현실적"이라고도 했다. 민 위원장은 개혁 연정이 가능한 근거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락하는 경향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광주.전남 등지에서) 지지자들을 묶는 효과가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민 위원장 등 일부 여당 관계자는 특히 한나라.민노.민주당에 연정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여당 내에선 "노 대통령이 직접 소속 의원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몸이 달았지만, 야당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민 의원이 미국을 잘 아는 것 같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이 우리는 미국과 시스템이 다르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민노당은 김혜경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연정은 가능하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도 "당이 주목받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핵심 지지층에 혼란을 주는 것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민노당은 오는 11일부터 충남 금산에서 의원단 워크숍을 열고 연정 문제 등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 역시 "개별적으로 남의 당 사람을 입각시키는 게 연정이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똑같이 여소야대를 경험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때문에 정부가 일을 못한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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