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우리도 은행지점 깔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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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남양유업은 올 들어 경리부 직원 3명을 줄이고 다른 부서에 재배치했다. 국민은행의 기업전용 가상지점 프로그램인 '사이버 브랜치'를 설치해 자금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16개 은행지점과 거래하며 110여 개의 계좌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금현황을 파악하려면 경리부 전체가 부산을 떨어야 했다. 직원들이 계좌 수십 개씩을 맡아 해당은행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일일이 잔액을 조회하고 합산하는 데 꼬박 한시간 가까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이버 브랜치'를 설치한 뒤엔 전담직원 한 명이 키보드만 누르면 계좌별 잔액과 총액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기업 특성에 맞춘 종합 자금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가상지점을 개설하려는 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7일 'e-브랜치'라는 이름의 가상지점 서비스를 개발해 인터넷 종합쇼핑몰인 ㈜인터파크에 1호점을 개설했다. 기업은행은 초기 구축비용을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연말까지 200개 기업에 가상지점을 개설해줄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각각 '사이버 브랜치'와 '사이버 CF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홈쇼핑.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풀무원 등 120여 개 대기업과 중소기업 3300곳이 가입해 있다. 우리은행도 9월 말 가상지점 도입을 목표로 시스템을 한창 개발 중이다. 조흥은행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상지점은 구매.판매.급여.현금 관리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금의 흐름을 은행 전산망과 연결시켜 기업이 실시간으로 집행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이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는 자금을 통합관리할 수 있어 유휴 자금을 최소화하고 집행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또 자금의 이동상황이 바로 회계에 반영되고 CEO나 감사부서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은행들은 가상지점이 기업들을 확실한 고객으로 붙잡아 두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 가상지점을 통해 외환거래와 자금결제, 채권발행, 기업 대 기업(B2B) 거래를 하며 은행 측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짭짤한 수익원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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