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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 "내년부터 무상급식 지원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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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시기는 내년부터다. 경남 양산시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내년부터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상급식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해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사업 보조금으로 시ㆍ군에 직접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의 지원 중단 선언은 경남도교육청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홍 지사는 “11월 3일부터 28일까지 경남도내 초ㆍ중ㆍ고 9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무상급식 지원금 사용실태를 감사하겠다”고 지난달 중순 발표했다. 매년 경남도가 지원하는 수백억원이 제대로 쓰이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었다.

경남교육청은 반발했다.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은 대등하면서 독립된 두 지방정부로 도의 학교 감사는 행정의 효율성이나 기관에 대한 정치적 도의에 맞지 않다”며 감사를 거부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감사를 강행하면 실력 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충돌을 우려한 경남도는 일단 감사를 미뤘다. 그러고 나서 3일 오후 무상급식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홍 지사가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고 전제한 게 바로 이런 맥락이다.

홍 지사는 “이미 계획한 무상급식 보조금 감사는 결코 중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교육청이 감사를 받겠다고 하면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예산 지원을 전제로 한 감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지난달 말에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산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무상급식은 교육청 예산만으로 해야한다”고 한 바 있다.<본지 11월 3일자 8면>

경남도는 오는 11일 시장ㆍ군수협의회에서 무상급식 지원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홍 지사는 “만약 시장ㆍ군수님들이 재정이 넉넉해 자기들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도 된다고 하면, 해당 시군에 지원할 경남도 지원금을 어려운 시군에 보조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은 이날 오후 양산 프레스센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경남도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 우리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광역시ㆍ도나 시ㆍ군ㆍ구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법이 아니라 정책적 결정에 따라 지원하는 것이어서다. 현행 학교급식법에는 급식비를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측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지원을 중단해도 법적ㆍ절차적 문제는 없다”며 “교육부 역시 급식에 대해서는 권한이나 의무가 없어 개입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남교육청은 난감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청 관계자는 “경남도가 지원을 끊으면 전체 28만6000명 무상급식 대상 중 5만 명이, 시ㆍ군까지 가세하면 21만9000명이 도시락을 싸거나 급식비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경남교육청은 지원 중단에 대한 공식 입장을 4일 오전 10시에 발표하기로 했다. 6ㆍ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전교조 경남지부 사립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경상남도 급식비는 도가 25%, 교육청과 시ㆍ군ㆍ구가 37.5%씩 분담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경남도가 329억원이고 교육청과 시ㆍ군ㆍ구가 각 493억원씩 총 1315억원이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은 다른 지자체로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수장을 맡은 광역시ㆍ도는 이미 지원금을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 익명을 원한 인천시청 고위 관계자는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재정이 빠듯하지만 내년에 초등생 무상급식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성욱ㆍ윤석만ㆍ임명수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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