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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맛캉스 2005] 동해…맛은 정직한 거야 바빠지는 젓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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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1) 제철 맞은 수박향 황금 은어 - 영덕 화림산가든

영덕의 겨울이 대게가 있어 쫄깃하다면, 여름은 은어가 있어 향기롭다.

영덕 오십천은 잘 알려진 은어 낚시의 명소. 강바닥에 진흙이 없어 은어의 맛과 향이 다른 하천보다 뛰어나단다. 아가미에서 꼬리 부위까지 금빛 띠를 두르고 있어 '황금 은어'로 불린다. 비린내 대신 향긋한 수박 냄새가 난다 하여 '향어(香魚)'라고도 한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미스코리아감"이라며 박재훈(48)씨가 잡은 은어를 들어보인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40여년간 오십천에서 은어 낚시를 해오다 10년 전 아예 은어 식당을 냈다.

일반적으로 은어는 '놀림낚시'로 잡는다. 살아 있는 은어의 몸통에 바늘을 끼워 다른 은어를 유인하는 방법. 하지만 박씨는 미끼 없이 낚싯대로 물속을 훑어 내는 방법으로 은어를 낚는다. 새벽 밥을 먹고 나갔다 오후 느지막히 식당으로 돌아온 그의 손에 들린 은어는 70여 마리.

"은어는 민물고기 가운데 가장 깨끗한 고기로 꼽힌다. 기생충이 없어 날로 먹어도 아무런 탈이 없다" 는 설명과 함께 접시 가득 은어회가 담겨 나온다. 내장을 꺼내고 뼈째 썰었다. 정말 수박향이 날까. 초장을 찍지 않고 생 살점을 씹어봤다. 비린내가 전혀 없다. 은은하게 입 안에 스미는 향은 수박보다 오이에 가깝다. 맛이 부드러워 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무난하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가 은어 맛이 가장 좋을 때다. 영덕군이 7월 30~31일 오십천 둔치에서 여는 여름축제를 찾아보면 어떨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은어잡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은어회(大) 3만원, 은어구이(大) 2만원. 영덕대교에서 오십천변 도로를 따라 1㎞ 정도 가다보면 영덕군민 종합운동장 뒤쪽 과수원 사이에 화림산가든이 있다. 054-734-1077.

신은진 기자

(2) 할머니 손맛, 고소한 손칼국수 - 포항 보경식당

보경사 주차장에서 내연산 등산로 입구까지 이어진 길목. 산채나물.도토리묵.손칼국수 등을 전문으로 하는 토속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특히 즉석에서 홍두깨로 밀어 만들어주는 손칼국수가 인기다. 식당마다 놓인 평상에서 국수를 밀고 있는 이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할머니들. 그래서 '할머니 손칼국수'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는 보경식당을 골랐다. 저녁 무렵, 하산객들이 식당을 기웃거린다. 기암절벽과 12폭포의 절경을 둘러본 뒤, 칼국수에 막걸리 한잔 곁들여야 제대로 내연산을 즐기고 가는 거란다. 5000원. 7번 국도 송라면에서 4km 정도 들어가면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054-262-0638.

(3) 비빔밥에 놀러온 해삼.전복 - 포항 바다이야기

포항 월포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해삼과 전복으로 만든 별미 비빔밥. 그득히 담겨 나오는 해삼과 전복에 따끈한 밥 한 공기를 비워 넣고 고추장을 올려 척척 비빈다. 딱딱하던 해삼이 밥 온도로 연해졌다 싶으면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본다. 시원한 무.오이가 고소한 전복.해삼과 어울려 아삭하게 씹힌다. 한 입 가득 비빔밥을 머금고 기본 찬으로 나오는 매운탕을 한 숟갈 떠 넣었다. 뿌듯한 맛 덕분에 창 너머 바다 색이 더욱 푸르다. 전복비빔밥 2만원, 해삼비빔밥 1만원. 7번 국도 월포에서 칠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에 있다. 054-262-5503.

(4) 50년 전통의 영양 간식 - 경주 황남빵

피서지로 향하는 차 안. 생선회에 해장국, 무얼 먹을까 한참 열을 올리는데 뒷자리에서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과자나 빵 없어요?" 경주를 지나간다면 황남빵 매장에 들러보자. 달콤한 팥앙금과 부드러운 피가 어우러진 황남빵은 50년 전통 경주 특산품. 고유의 맛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체인점을 내지 않고 경주에서만 만든다. 유사품이 많이 나왔지만 황남빵의 맛을 따라잡지 못했다. 국산 팥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 20개 1만원. 천마총 후문. 054-749-7000.

(5) '고기 매니어'는 다 모여라 - 봉계 불고기 단지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냄새에 입맛부터 다시게 된다. 언양과 함께 경상도의 대표적인 불고기촌으로 꼽히는곳. 봉계터미널을 중심으로 고깃집 50여 곳이 모여 있다. 마을 내 축사에서 한우를 키워 도축·소비까지 한 곳에서 해결한다. 불고기 하면 달콤한 양념에 재워 굽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봉계 불고기는 한우에 굵은 왕소금만 뿌려 숯불에 굽는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육회도 빼놓지 말자. 원조격인 만복래 식육식당이 유명하다. 불고기(170g) 1만5000원, 육회(200g)1만원. 7번 국도 외동에서 내남 방향, 시골길을따라 20분 거리. 052-262-7255.

(6) 피자 안 부럽다 - 부산 동래할매파전

70여 년의 명성을 이어온 부산의 명물. 밀가루로 얇게 부쳐내는 '일반 파전'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두툼하고 푸짐하다. 부드럽고 쫄깃하기로는 피자 부럽지 않다. 부산 앞바다의 해산물과 풋풋한 조선 쪽파가 파전 속을 꽉 채웠다. 대합·새우 등을 찹쌀가루와 멸치 우려낸 물에 섞어 반죽을 만든다. 부칠 때 유채꽃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느끼한 맛을 줄이는 비법. 큼직하게 찢어 한입 넣으면 시원한 동동주 생각이 절로 난다. 파전(大) 2만원. 부산 동래구청 뒷골목. 051-552-0791~2.

(7) 날개 달린 꼬마 만두국 - 부산 18번 완당집

부산시민이 아닌 다음에는 "완당이라. 처음 듣는데, 어떤 음식이지?"하게 마련. 완당은 중국음식인 훈탕이 변형된 부산 토속 만두국. 3mm의 얇은 만두피에 가는 꼬챙이로 은행알만한 소를 빚어 넣는 작업이 까다로워 만들 줄 아는 요리사가 흔치 않단다. 주문 즉시 나오고 금세 후루룩 먹는다. 날개처럼 펄럭이는 만두피가 입 안에서 스르르 미끄러진다. 멸치·돼지뼈와 닭뼈 등을 넣고 2시간 이상 푹 끓인 육수가 시원하다. 1시간에 70~80개의 만두를 빚는 주방장의 잽싼 손놀림도 구경하자. 4000원. 남포동 부산극장 건너편.051-24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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