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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미친 호랑이, 별명 명사수-우 순경 주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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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민 55명을 사살한 우범곤 순경 (27)은 어려서 평범한 가정의 4남 중 세째로 태어났다.
우 순경은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운동을 잘하고 체격도 크며 성격도 남성적이어서 어려서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고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한 뒤부터 학교생활이 불성실해지는 등 사춘기에 정신적 충격이 몹시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의 사망 후 가세도 급격히 기울어 극히 어려운 생활을 하게된 데 반해 등산광이었던 우 순경의 친구들은 대부분 부유층이어서 등산비용을 친구들에게 빌어 써야 했고 평소에 꿈이라 할 수 있는 에베레스트 정복도 좌절되자 열등감과 고민에 젖어왔다.
우 순경은 부산실업전문학교에 입학한 때에는 특히 생활이 어려운 때여서 결석이 잦았는데 1학년 1학기 때에는 18과목 중 8과목만 이수했고 2학기 때에는 아예 시험을 치르지 못했으며 2학년 때에는 등록금을 못내 학교측으로부터 장기결석과 등록금미납으로 제적을 당했다.
중학교 때 검사한 IQ는 l백.
고등학교 1.2학년 때만도 20등 이내에 들었던 우 순경의 3학년 때 성적은 65명중 62등으로 최하위로 떨어졌고 당시 생활기록카드에는『안정성이 결여됐으며 게으른 편』이라고 돼있다.
고교 3학년 때는 결석 13회, 지각 4회, 조퇴 8회, 결과 26회 등 학교생활이 불성실했다.
우 순경은 중학교 때부터 산악반에 가입, 등산을 시작했고 고교 때는 거의 매주 등산을 했으며 방학 때는 10∼20일씩 장기산행을 하는 등 등산광이었다.
큰형에 따르면 우 순경은 고교 때 아버지가 경찰학교에 입학할 것을 여러번 권했으나 당시 우 순경은 가족들에게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이 꿈이라며 동산에만 열중했다는 것.
우 순경의 친구 이모 씨 (27 회사원)는『우 순경이 고교 때부터 모험심이 강했고 담력도 있어 암벽타기엔 부산 제1인자로 인정될 정도였다』고 했다.
우 순경이 속해 있던 청봉산악회는 지난 3월 우 순경이 가고싶어하던 에베레스트를 돌아왔는데 이때 우 순경은 가족들에게『등반대원이 내 친구와 후배들』이라면서『자기도 갈 수 있었을텐데…』라고 몹시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제대 후 한때 S실업에 평사원으로 취직했었으나 등산관계로 회사를 자주 결근, 5개월만에 의원사직했다.
우 순경은 어릴 때부터 체격이 자기 또래들보다 우람한 편이었으며 몹시 장난이 심했다는 것이 어머니의 말.
운동은 아주 특출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모든 운동에 만능이었다.
우 순경은 고교 때 태권도를 배워 무술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어머니 김씨에 따르면 우 순경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친구도 많고 약간 거친 성격이었다는 것.
작고한 아버지 우 씨는 부산시경산하 동부 남부경찰서에서 경보형사로 8년간 근무했으며 도지사 도경국장으로부터 10여차례 표창을 받는 등 모범경찰관으로 알려져 있다.
우 순경의 국민학교 때와 중학교1학년 때 생활기록부에는 장래 희망란에「경찰관」이라고 적혀있다.
이후 등산에 몰두하면서 뚜렷한 직업관은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교성적이 좋지않아 취직을 할 때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의령에 근무할 때 가끔 집에 오면『박봉에 격무』라며 투덜대기도 했다.
이때 월 보수는 15만원선인 것으로 가족들에게 말했으나 정확한 월급여액은 알려준 적이 없고 부산 집에 오면 놀고있는 동생에게 가끔 1만∼2만원의 용돈을 줄뿐 가족생활에는 보탬을 주지 않았다.
지난 1월30일 아버지 제사 때 처음으로 4만원을 제사비용으로 보내왔을 뿐이었다.
우 순경은 전문학교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나 친구들의 말로는 주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주벽이 약간 있어 길가는 행인들과 시비를 벌이기도 했다는 것.
감만2파출소에서 우 순경을 4개월간 부하로 데리고 있었던 김태용 경위 (42 부산시경 정보과)는『우 순경이 처음 부임해와 사고없이 착실히 근무했다. 체모에서 풍기듯 남성적인 기질이었고 활발했으며 평소 술을 좀 마시긴 했으나 과음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경산하 모 단위기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의 말은 좀 다르다.
8개월간 함께 근무한 김모 순경 (35 서울시경근무)은『우 순경은 술을 마시면 방위병을 자주 때려 그들로부터 미친 호랑이로 불렸다』며『총을 쏘면 백발백중으로 명사수란 별명도 붙었다』고 했다. <부산=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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