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핵무기 불사용 선언」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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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 워싱턴 정가엔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 독트린」을 놓고 헤비급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과거 미국정부에서 고위관리를 지낸 4명의 거물들이 포린 어페어지 기고를 통해 『미국정부가 「핵 무기를 먼저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포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
소련문제전문가 「조지·케넌」(전 주소미대사)이 대표집필하고 「로버트·맥나마라」(61∼68년 국방장관)「맥조지·번디」(61∼68년 국가안보담당보좌관) 「제럴드·스미드」(69∼72년 SALT협상 미국수식대표)등이 공동 서명한 이 논문은 먼저 책문제로 소련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레이건」행정부에 일격을 가했다.
이들은 「레이건」행정부의 정책은 『핵전쟁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막대한 돈을 낭비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우방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소군축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혈질인 「헤이그」국무장관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헤이그」는 미국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치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소련의 핵우의 현상과 그들의 팽창주의를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남는다고 반박했다.
「헤이그」는 미국이 섣불리 그런 약속을 한다면 소련은 안심하고 서구를 재래전으로 유린해버릴 유혹에 빠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소련은 핵전쟁 및 재래전 수행능력에서 모두 미국을 능가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실사 소련이 재래식무기로 서구를 공격해 오더라도 미국은 필요하다면 핵무기로 이를 격퇴시킬 결의를 갖고 있는 것을 소련에 인식시켜야만 전쟁이 억지월수 있다는 것이 「레이건」행정부의 정책기조다.
핵우산 정책이 어떤 지역에선 전쟁을 억지하는데 도용이 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선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전쟁이 터지곤 한다.
그러나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이 본격적인 군사충돌을 한다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어느 한쪽의 선제책 공격이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당한 쪽이 땅 속에 숨겨둔 핵무기를 총동원해 반격하면 그때는 이미 승자도 패자도 없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 <김건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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