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금리인상 찬성 주장

저금리 효과없이 부작용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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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최근의 경제 상황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꾸준히 펼쳐온 저금리 정책의 유효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자비용 감소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늘려 고용과 소득을 증대시키는 원론적 순환고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지난해 하반기까지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 진작 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자부담 감소로 초래된 과잉 유동성이 단기 부동화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 저하와 고령화 등에 따라 미래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이것이 전통적인 부동산 선호와 겹치면서 부동산값을 올리고 있다. 주택 및 건설시장을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하며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 정책적 실패가 이를 부추겼음은 물론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실물 부문에서의 건전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부동산으로 비정상적인 자본이득을 얻은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양극화는 사회 안정은 물론 경제 체질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열심히 벌어 모아봐야 은퇴 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저금리 구조는 근로의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당장의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외 금리 역전도 저금리 정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대세인 가운데 특히 미국이 경기회복 기조에 맞춰 여러 차례 금리를 올림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는 3.25%로 같아졌다. 일부 시장금리는 이미 미국이 높은 상태다.

금리 역전에 따른 해외투자 확대는 원화 절상 압력을 완화시켜 수출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 유가나 원자재 값이 뛰어오를 때 환율에 의한 완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실물시장에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자금의 과다한 유출에 따른 국내 투자 부진은 고용 및 세원 감소로 이어지며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린다.

금리인상이 기업의 금융비용을 늘리고 가계의 부채조정을 지연시켜 경제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정책당국의 고민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저금리는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 속에서 지속 가능성도 의심스럽다. 소폭이나마 금리를 올려 시장에 저금리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 시급하다.

임기영(외국어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