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넥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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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로야구 넥센이 화끈한 홈런포를 앞세워 LG를 꺾고 창단 7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7전4승제)는 4일 시작된다. 강정호·밴헤켄 등 넥센 선수들이 손가락 하나를 치켜드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넥센이 LG를 꺾고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넥센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타점을 올린 김민성의 활약을 앞세워 LG를 12-2로 대파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한 넥센은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KS에 진출했다. KS 상대는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는 삼성이다. 정규시즌 1위 삼성과 2위 넥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다.

 넥센은 이날 축포처럼 홈런을 쏘아올렸다. 2-2로 맞선 5회 초. 박병호와 강정호의 연속안타로 만든 2사 1·3루 기회에서 6번 김민성이 LG 선발 류제국의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어 김민성은 9-2로 앞선 8회 초 무사 만루에서 가운데 펜스를 때리는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리며 3타수 3안타(1홈런)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역대 최다 타점(7개)을 기록한 김민성은 PO 4차전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다. 프로 8년생 김민성은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정규시즌 타율 0.292, 12홈런, 77타점을 올리며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로도 선발됐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 4번 박병호, 5번 강정호를 엄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강정호는 PO 4경기에서 14타수 8안타(타율 0.571) 2홈런을 때려내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3차전 2회 초 결승포를 쏘아올렸던 강정호는 4차전에서도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5-2로 앞선 7회 초 투런홈런을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1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고무팔’ 소사는 이날 159㎞의 강속구를 앞세워 6과3분의1이닝을 6피안타 2실점으로 막아냈다.

 PO에서 넥센은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정규시즌 홈런 1위 박병호(52개)와 2위 강정호(40개)가 중심을 잡았고, PO에서는 김민성·유한준까지 홈런쇼에 가세했다. 팀 홈런 1위(199개)답게 고비 때마다 결정적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넥센의 장타력은 상대적으로 작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탓에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넥센은 이틀간 잠실에서 홈런 4방을 터뜨리며 LG를 가볍게 물리쳤다.

 LG에게도 흐름을 바꿀 찬스가 있었다. 1-2로 추격한 3회 말 1사 2루에서 김용의와 박용택이 힘 한번 못쓰고 물러난 게 아쉬웠다. 4회 말에는 이병규(등번호 7)의 안타와 스나이더의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만들었지만 이병규(등번호 9)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드는데 그쳤다. 7회 초 4점을 내줘 2-9가 되면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7회 말 LG 공격 때부터 1루측 LG 관중석은 더 뜨겁고 시끄러워졌다. LG 선수들이 무기력하게 물러나도 팬들은 목이 터저려 응원가를 부르고 함성을 질렀다. 승부와 상관 없이 올해 마지막 야구를 마음껏 즐긴 것이다.

 지난 4월 최하위까지 떨어진 LG는 김기태 감독이 사퇴하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팀 재건에 성공했다.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며 중위권 싸움에 합류했고, 정규시즌 최종일인 지난 달 17일 4위를 지켜냈다. 준PO에서 LG는 NC를 3승1패로 꺾고 PO에 올랐다. 넥센에 지긴 했어도 LG 팬들에겐 충분히 행복한 가을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로 걸어나온 양상문 감독은 관중석을 향해 몇 차례나 허리를 꺾어 인사했다. 팬들의 박수가 멈추지 않자 양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라고 쓰인 피켓을 가져나와 팬들에게 들어 보였다. LG 팬들의 함성은 더 커졌다.

김식·김원 기자

양팀 감독의 말

◆넥센 염경엽 감독= 승리에 대한 집중력이 강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이 경기가 끝난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흘의 여유가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잘풀렸다.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타격감이 좋은 김민성이 큰 거 한방으로 승리를 확실하게 가져왔다. 강정호의 투런 홈런까지 터지는 등 타격이 상승세를 보여서 만족한다.

◆LG 양상문 감독=잠실에서 한 경기라도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오늘 이기면 5차전도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4회 동점을 만들었는데 그때 역전시켰으면 오늘 경기 양상은 달랐을 것이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다보니 투수들이 피로를 느낀 것 같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1차전에 우규민을 5회에 바꾸지 못한 것과 오늘도 5회에 흐름을 끊어주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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