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개조심' 표지 붙였더라도 손님이 물리면 주인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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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민사1부는 4일 친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을 방문했다가 마당에서 진돗개에게 오른쪽 다리를 물린 유모(63.여)씨가 개주인 정모(66)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대로 "정씨는 4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대문에 '개조심' 표지를 부착하긴 했지만 진돗개의 성질을 감안할 때 표지를 붙인 것만으로는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대문에서 건물까지 마당 폭이 1.4m인데 반해 진돗개의 목줄 길이는 1.7m였다"며 "정씨는 사람의 통행이 드문 곳에 개집을 설치하고 진돗개 목줄을 짧게 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기르던 동물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주인이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민법(759조)이 규정한 '동물 점유자의 책임'때문이다. 이때 상당한 주의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법원이 구체적인 정황을 따져 판단한다. 배상 비율은 주인이 사고 예방을 위해 들인 노력의 정도나 피해자의 과실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경각심을 가지고 진돗개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인정돼 개 주인의 책임이 80%로 제한됐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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