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외교 "북 핵병진노선 불가능…독일은 역사의 해피엔딩 보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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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31일 “북한이 핵무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하고 이웃 국가와 좋은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며 “그 점을 북한에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통일외교 정책 경험 공유를 위한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 발족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는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은 신뢰구축 프로세스”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서두르기보다 프로세스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북한의 오래된 동맹국들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갖고 있는 저항감이 예전만큼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동북아의 지역협력 체제가 아직은 유럽과 비교할 만큼은 되지 않지만, 북한 정책과 관련해서 북한은 점점 고립돼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을 두고 “역사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독일과 유럽의 역사가 보여 준다”고도 했다.

윤 장관과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앞서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통일외교자문위원회 운영 등 통일외교 협력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을 위해 북한이 핵경제 병진 정책을 버리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오도록 유도하는게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1차 통일외교자문위원회에서는 독일 통일을 앞두고 동·서독과 2차대전 전승국인 소련·미국·영국·프랑스가 참여했던 ‘2+4 프로세스’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이뤄졌다. 동·서독은 통일을 위한 주변국의 지지 확보를 위해 4대 전승국과 ‘2+4회담’을 구성했다. 이 회담을 통해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대외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회담명을 ‘4+2’에서 ‘2+4’라고 바꿨는데 이는 동서독이 주도하고 주변국이 협조하는 체제를 만들겠단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도적으로 반대하는 주변국을 설득했던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한국과 독일에서 절반씩 위촉한 위원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독일에선 통일 직전이던 1990년 4월부터 4개월간 외교정책을 맡았던 마르쿠스 메켈(62) 전 동독 외무장관도 참여했다. 메켈 전 장관은 회의에서 당시 ‘2+4 프로세스’에 동독 외교당국을 대표해 참여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줬다고 한다.

우리쪽 자문위원장은 한승주 전 외교장관이 맡았다. 독일 자문위원장에는 하르트무트 코쉬크 한·독 의원친선협회 의장이 선임됐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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