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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학」적으로 본 신발의 건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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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간공학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공학은 인간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기계 등을 설계할 때 인체와 특성이나 신체기능을, 고려해서 사용에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것을 만들자는 것으로 선진공업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제품설계에 응용되어왔다. 우리 나라에서도 대한인간공학회(회장 박경수 한국과학기술원교수)가 지난 3월말 발족됨으로써 인간공학분야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었다. 인간공학은 생활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것이지만 그중 우리의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신발에 대해 대한인간공학회부회장 한상덕씨(한국신발과학연구소소장)로부터 들어본다. 신발은 발에 맞고 걷기에 편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제조·판매되는 신발류의 경우 인체 공학적인 면이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문제는 신의 규격이다. 구미의 경우 기성화라 해도 신발길이의 세분화는 물론 같은 길이에서도 4종류의 각각 다른 폭(볼)을 갖는 다양한 규격의 신발이 생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신발류는 볼이 전혀 세분화되지 않은 실정으로 대체로 신발의 기능보다는 모양을 중시해 꼭 끼게 만든 경우가 많다.
이런 신발은 발의 모세혈관을 압박, 무리한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발에 못이 박히거나 심하면 발의 변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신을 고를 때는 모양보다도 볼이 넉넉한 것을 찾는 것이 원칙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걸을 때 몸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필러(충전물)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는 점. 필러는 구두 밑창과 중창사이에 들어가는 완충물로 대체로 약3mm두께의 코르크나 스펀지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한씨가 국내기성화 3천 켤레를 수거해 조사해본 결과 85%정도는 필러가 들어있지 않았다.
필러는 특히 도시의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등 단단한 길 위를 걸을 때 생기는 상당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한다.
이밖에도 어린이용 구두나 값싼 성인용 구두에 흔히 사용되는 합성피혁제품은 건강을 위해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값싼 합성피혁은 신축성·통풍성과 흡습성이 전혀 없어 발의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며, 특히 성장기아동의 경우에는 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어린이의 경우는 운동화를 신는 쪽이 바람직하며 꼭 구두가 필요하다면 부드러운 가죽에 생고무밑창을 댄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용 신발 굽의 높이.
굽은 3cm정도가 제일 바람직하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작은 키를 크게 보이기 위해 신는 하이힐은 건강상으로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5∼6cm 또는 그 이상의 높은 구두를 신을 경우 역학적으로 비합리적인 힘이 무릎·엉덩이·허리·어깨·목 등 전신에 확산되어 이 부분에 쉽게 고장을 일으키며 요통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두발로 서서 걷는 인간은 불과 수백평방cm의 발바닥 위에 전 체중을 싣게된다. 하이힐의 경우는 거의 모든 힘이 앞으로 쏠려 발끝 부분에 집중되어 좁은 면적이 무리한 압력을 받게 된다.
또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 척추가 앞으로 굽기 쉬운 것은 물론 무게중심이 불안정해져 중심을 잡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발을 자주 떼게 된다.
따라서 보폭이 좁아지고, 무릎이 완전히 펴지기 전에 체중이 다시 앞으로 쏠려 발을 내딛게되는 소위 피치보행이 되기 쉽다.
이러한 보행은 다리의 특정근육에만 힘이 가해져 쉬 피로해지게 된다.
신기에 편한 신발을 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신을 살 때는 하오 3시쯤 양쪽을 모두 신어보고 적어도 10여보 걸어본 후 사는 것이 현명하다.
인간의 발은 충분한 활동을 하고 난 하오 3시쯤이 새벽녘보다 2∼3mm정도 커진 상태에다.
또 일반적으로 좌측 발이 우측에 비해 약간 크지만, 약5%정도는 오른발이 오히려 큰 경우가 있고 평소에 신던 칫수의 신발이라 해서 항상 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두 짝을 직접 신어보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의 건강만을 생각한다면 운동화는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특히 먼길을 걷거나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할 때는 각종목에 따라 많이 사용하는 부분에 약간씩 차이를 두게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신의 무게, 밑창의 재질과 높이·형태 등에 어느 정도 기능을 살린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정밀한 생체계측을 바탕으로 한 제품은 없는 실정으로 88올림픽 등을 위한 스포츠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빠른 시일 안에 우리 나라 사람 발에 적합한 각종 스포츠화의 개발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올바른 보행은 보폭이 남자80cm, 여자70cm정도로 1분당 약1백10보 정도가 적당하며 양발의 사이는 3cm, 각도는 15도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신발의 무게는 남자7백∼8백g, 여자4백50g정도가 좋으며 사무실이나 후식장소에는 신을 벗고 있는 편이 발의 건강을 위해 유익하다. 또 발바닥을 가끔 문지르거나 자극하는 것도 발의 피로를 푸는데 좋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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