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구 획정, 게리맨더링 절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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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결정했다. 2001년 헌재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4대1에서 3대1로 줄이라고 결정한 지 13년 만이다.

 헌재는 “도시·농촌 간 인구 격차로 인해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유권자의 세 배나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라고 판단했다. 농촌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득표수보다 도시지역에서 낙선된 후보자의 득표수가 더 많은 불합리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이 클수록 지역정당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헌재가 밝힌 법 개정 시한은 내년 12월 31일이다. 그때까지 국회는 새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인구 편차 기준을 2대1로 할 경우 분구 지역이 35곳, 통합 지역이 25곳이나 된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최대 선거구인 강남갑의 인구는 30만6000여 명으로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10만3000여 명)의 약 세 배였다. 인구가 급증한 도시 지역은 선거구가 늘어나겠지만 농촌지역은 통합돼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가 선거구를 다시 긋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선거구를 획정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게리맨더링이다. 정당 간의 이해관계 절충을 통해 선거구를 이상하게 긋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정치권이 분구만 하고 통합은 최소화해 결과적으로 선거구 숫자만 늘릴 수 있다. 선거구가 많아지면 예산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결국 그 부담은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정치인을 배제시키고 학계·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26일 “선거구획정위를 독립기구화하고 거기에서 결정된 것은 국회가 그대로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야 모두 정치혁신특위를 가동한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이 가장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혁신이란 이름을 내건 만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정치개혁의 차원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