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을 즐겁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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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제 계절은 꽃구경, 들놀이에 알맞은 철이 됐다.
벌써 관광지나 유원지엔 휴일인파가 몰려 여관과 호텔이 만원이라고한다.
행락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우리의 행락질서는 아직도 저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것은 행락이 이루어지는 공문과 그곳을 즐기는 행위 모두가 세련되지 옷하고 거칠기 때문이다.
우선 자연훼손을 지적해야할 것같다. 최근 자연보호운동이 정착되어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산과 강과 수풀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오염돼있다. 수목을 마구 꺾거나 암석을 채취하거나 부수는 경우도 눈에 뛴다. 자연은 한번 훼손하면 그것을 복구하기까지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다는것은 상식이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주지 못하고 피폐된 산천을 물려주는것은 지금 세대의 수치다. 올봄 행락에는 기어이 쓰레기를 한데 모으고 자연을 다치지 않으려는 굳은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 하겠다.
다음이 행락의 분위기다. 술에 취해 고성방가하는 것이 호연지기라는 착각은 이제 그만 버렸으면 좋겠다.
툭하면 폭력이 나오고 부녀자를 희롱하고, 주정을 부리는 추태가 연출되는 곳이 유원지의 모습이다. 부녀자들도 예의가 아니다.
휴식은 재창조의 필수적인 조건인데도 유원지에서의 행락이 이처럼 소연해서야 어디 그것이 재창조의 원천이 되겠는가.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툭 트이게 만드나 그품에 안기는 사람들이 이처럼 세속의 치졸함을 버리지 못하는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계절의 변화를 완상하며 가족과 지기와 막혔던 가슴을 담소로 트는 모습이 행락의 참모습일 것이다.
유원지의 상도의도 기필코 확립해야할 과제다. 불결한 시설, 바가지요금, 부당한 자릿세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덕 상행위가 언제나 뿌리뽑힐지 걱정이 앞선다. 이를 감독하는 관서는 항상 세심한 배려로 상춘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상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할 것이다. 특히 적은 경비를 아껴가며 쓰려는 가족끼리의 행락엔 제일 두려운것이 터무니없이 비싼 관광지 요금이다.
점차 계절마다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만큼 한계절에 폭리를 보려는 경향은 불식돼야 마땅하다.
또한가지 안전사고의 예방에 모두 신경을 써야한다. 만원이된 관광버스가 가끔 사고를 내는것은 운행회수를 늘려 수입을 올리려는 과욕이 원인일 때가 많다. 산에 버려진 부주의한 담뱃불이 큰 산불을 내는 경우는 너무나 자주 본다.
결국 자연을 보호하며 질서있는 행락이 이루어지려면 전국적인 놀이교육이 필요하다. 각급학교에서도 자연교육의 한가지로 수학여행을 다시 장려하고 있는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을 통해 건전한 놀이를 보급하는 일도 바람직하다. 간단한 민속놀이 같은것은 청소년들도 즐길수 있는것이 많다. 이런 민속놀이가 사회전반에 보급돼 유원지에서 즐길수 있다면 우리의 행락풍토는 훨씬 더 세련될수 있고 건전한 모습을 보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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