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산책] 은퇴 뒤 2군 코치 출발 장종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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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대전구장을 찾은 장종훈 코치가 두 아들 현준(왼쪽)·현우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대전=최승식 기자

지난달 15일 그라운드를 떠난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37). 세광고를 졸업한 1987년 프로야구 빙그레(한화)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그는 90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연습생 신화'를 탄생시켰다. 한화의 2군 보조코치로 새 삶을 시작한 장종훈을 대전구장에서 만났다.

# "선수 때보다 더 바빠요."

요즘 좀 한가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1군은 게임 일정이 꽉 잡혀 있지만 2군은 그렇지 않다"면서 "매일 아침 일찍 운동장에 나와야 하니 더 바빠졌다"고 했다. 2군 선수들의 훈련 일정에 맞춰 매일 배팅볼을 던져 주고 수비훈련 때 공을 때려 주는 게 그의 임무다. 타격 폼이 흐트러진 선수에게 한 수 지도를 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 어렸을 때 '돼지', 제일 좋아한 별명은 '촌놈'

청주 용담초등 시절 유도를 했다. 덩치도 컸지만 살이 많이 쪄 친구들은 그를 '돼지'라고 놀렸다. 5학년 때 낙법을 배우기 위해 매트 위를 뒹굴던 그의 눈에 야구부가 훈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에 홀렸는지 곧바로 글러브를 끼었다. 그의 별명은 많다. '기록의 사나이''살아 있는 전설' '연습생 신화' 등. 그래도 그가 가장 좋아했던 별명은 '촌놈'이다. 충청도 사나이의 구수한 사투리에 항상 터지는 함박웃음. 프로 초년병 시절 그에게 타격의 눈을 뜨게 해 준 강병철 감독(전 한화)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 대학에 못 간 이유

그도 대학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세광고가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특기자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더구나 주목받는 선수도 아니었다. 당시 과수원을 하던 아버지가 대학에 다리를 놓아 보려 했으나 학교 측에서 기부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평범한 농사꾼의 아들인 그는 하는 수 없이 연습생의 길을 택했다. 첫 월급이 40만원. 그래도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밤새 스윙연습을 했다.

# 제일 귀중한 기록은 '최다출전'

장종훈은 현재 개인 통산 최다 홈런(340개) 등 8개 부문에서 역대 최다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전에는 무조건 홈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2군에서 지내다 보니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바로 '최다출전'이란다. "야구를 오래 했지만 진짜 중요한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경기에 나가야 기록도 생긴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1949경기에 출전, 역시 최다출전이다.

# 19년간 14억여원

정말 궁금했다. 한국 최고의 타자가 벌어들인 수입이. 올해 자유계약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심정수가 4년 계약에 60억원을 받았으니 그도 꽤 돈을 모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19년간 그가 벌어들인 연봉은 14억4525만원. 그는 "흥청망청 쓴 것도 아닌데 아파트를 팔아도 전 재산이 10억이 안 된다"고 한다. 장종훈은 "내가 야구를 잘할 때는 선수가 돈을 많이 받지 못할 때였다"면서 "때를 잘못 만난 탓"이라고 했다.

# "둘째가 야구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96년 선배 소개로 미술을 전공한 윤주희씨를 만났다. 미인이었다. 이미 홈런왕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가정을 갖고 싶었다.

아들 둘을 낳았다. 큰아들 현준(9)이는 야구에 취미가 없다. 그런데 둘째 현우(5)가 야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현우가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겠다"고 한다. 세상이 좋아져 아빠처럼 최고의 홈런타자가 된다면 아빠보다 수십 배는 더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 지도자도 20년 하고 싶다

어떤 지도자가 되겠느냐고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선수 땐 좋은 지도자가 될 자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은퇴하니 두렵고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아직 시즌 중이라 구단과 상의해 보지 않았지만 미국에 가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수로서 할 만큼 해 봤으니 이제는 지도자로 20년쯤 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전=성백유 기자 <carolina@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장종훈은 ~

▶출생=1968년 4월 10일 충북

▶가족=부인 윤주희(35)씨, 아들 현준(9).현우(5)

▶체격=1m85cm.96kg

▶혈액형=A형

▶학교=청주 용담초-세광중-세광고

▶취미=겨울 등산

▶좋아하는 음식=청국장, 음식은 가리지 않는다

▶좋아하는 야구인=이만수.김재박

▶주요 기록=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340), 최다경기출전(1949),

최다타수(6290), 최다득점(1043), 최다루타(3172), 최다4사구(997), 최다삼진 1위(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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