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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와 연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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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라톤은 혼자 뛰는 운동이 아니다. 40여km의 거리를 2시간 남짓 달리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점에선 어떤 운동보다도 가혹(가혹)하다.
이보다 더 가혹한 것은 근대마라톤의 기록이다. 5천m를 줄곧 15분대의 속도로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요즘의 기록이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매시 20km쯤의 속도다. 자동차를 타고 서울도심을 그런 속도로 달리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아마 질주(질주)하는 기분마저 들것이다.
마라톤의 이와같은 기록을 좌우하는 것은 우리인체의 40%를 차지하는 근육(근육)이다.
인체의 근육은 세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색깔에 따라 횐 근육(백근), 붉은 근육(적근)이있다. 그 중간색을 띤 근육은 중간근이라고 한다. 흰 근육은 강한 힘을 내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수축이 삘라 뚝심이 없다. 흰 근육을 속근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붉은 근육은 그 반대다. 우선 수축시간이 완만하며, 오래 지속하고 또 반복해 수축할수 있다. 이 근육을 지근이라고도 한다.
조직학적으로는 붉은 근육은 근원섬유가 적고, 육형질이 많고, 그 속에는 지방과 미오글로빈이라는 색소과립(과립)을 갖고있다. 바로 이 특수한 붉은 색소의 미오글로빈은 평소에 다량의 산소를 저장해 둔다. 인체가 심한 운동을 할때 오랫동안 산소를 공급해주는 구실은 이 붉은 근육이 한다. 바로 마라톤과 같은 경우다.
보통인은 휜 근육과 붉은 근육의 비율이 반반이다. 그러나 마라톤선수의 경우는 붉은 근육이 80%이상 되는 예도 있다. 물론 그렇게 태어난 것은 아니다. 부단한 연습을 쌓은 결과다.
1964년 올림픽(동경)에서 우승했던 이디오피아의 「아베베」선수는 매일 1백km씩을 달렸다고한다. 그만큼 붉은 근육에 산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또 활용할수있는 요령을 터득한 것이다.
물고기의 경우도 산소가 부족한 심해에서 사는 다랑어와 같은 어류는 붉은 근육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가자미나 민어는 다르다. 살이 희다.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흰 근육이 많다. 역시 깊은 물에 잠수하는 고래와 같은 동물은 붉은 근육을 갖고 있다.
그 거대한 몸집을 심해에서 움직이자면 산소가 무한정 필요할것이다.
고래가 육지에 살았다면 마라톤의 우수선수가 되었을것이다.
물론 근육만으로 마라톤우승자가될수는 없다.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연습을 격려해주는 것은 정신력이다. 마라톤은 결국 정신력의 싸움이다.
6일 목포에서 출발하는 중앙일보주최 경호역전마라톤은 벌써12년째 거듭되고 있다. 신춘의 꽃길을 달리는 젊은이들의 건각은 새삼 미래의 맥동을 보는것 같다. 이들의 천3백리길은 세계의 스포츠로 뻗는 대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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