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 대부 "난 셜로키언 … 책 몽땅 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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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2~18일 ‘과학수사의 올림픽’ 격인 ‘2014 세계 과학수사 학술대전’이 열렸던 서울 코엑스 행사장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를 본 사람마다 함께 사진을 찍자거나 사인을 부탁했다. 미국 뉴헤이븐 대학 헨리 리(76·사진) 교수 얘기다.

 대만계 미국인인 리 교수는 과학수사 분야에선 록스타급 인물이다. 그가 현대 과학수사의 발전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1995년 O J 심슨 살인사건에서 무죄평결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케네스 스타 특검 때 모니카 르윈스키의 드레스 정액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것이란 걸 확인한 사람도 그였다. 세상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마다 늘 그의 이름이 나온다.

 리 교수는 “나는 셜로키언(Sherlockian·셜록 홈즈 팬)”이라고 밝혔다. “홈즈가 나온 모든 소설을 읽었다”는 그는 “홈즈는 현대 과학수사의 모델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소설에서 홈즈는 시체의 냄새를 맡아보고, 신발에 묻은 흙을 분석한다. 그런 장면은 후세의 과학수사관에게 영감을 줬다”는 얘기다. 영국 BBC는 드라마 ‘셜록’ 제작에 앞서 그에게 자문했다 . 리 교수는 “BBC는 나를 ‘현대의 홈즈’라고 칭했으나, 나는 모든 과학수사관이 현대의 홈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96년 뉴헤이븐 대학에 자신의 이름을 딴 ‘헨리 리 법과학 연구소’를 세웠다. 리 교수는 “나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이 있다. 지금도 그 사건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구소 안에 ‘콜드 케이스(장기 미제사건) 센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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