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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이 사람!] 버려진 돌 보배로 다듬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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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라산 허리를 관통하는 5.16도로를 지나 자동차를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여.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의 기생화산 바농오름에 이르면 '제주 돌문화공원 조성사업장'이란 안내판이 나타난다. 30여만 평의 공사현장 한 쪽에 높이 5~12m의 대형 방사탑(防邪塔.액을 쫓기 위해 예부터 마을마다 쌓은 탑) 9기가 자리 잡고 있고 2000여 점의 기기묘묘한 돌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탐라목석원 주인 백운철(63.사진)원장. 그는 이곳에 돌공원을 만들기 위해 2001년 9월부터 가건물을 지어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곳에 전시될 돌은 백 원장이 30여 년 동안 수집한 것으로 자연석 4200여 점 이외에 절구 등 민속품이 5300여 점이다. 여기에 장롱 등 가구류 4700여 점을 합치면 모두 1만4400여 점에 이른다.

돌은 15t 덤프트럭 300여 대 분량으로 20t을 넘는 초대형에서부터 두 손으로 간단히 들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제주시가 고향인 백 원장이 돌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군에서 제대한 1969년부터 돌 수집을 위해 도내 구석구석을 다니느라 15년 된 그의 자동차 주행거리는 98만6032㎞를 가리키고 있다.

"땅속에 묻힌 기괴한 돌들이 형체도 없이 부서지더군요. 보물들이 훼손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어요."

공사장에서 나오는 돌이나 길가에 내팽개쳐진 자연석을 하나둘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72년 미니 테마파크 탐라목석원이 문을 열었다. 목석원은 80년대 연간 1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신혼부부의 필수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그는 목석원을 운영하면서 사재를 털어 계속 돌을 수집했다. 쓸 만한 돌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육지까지 가서라도 구입해왔다.

백 원장은 98년 7월 신철주 북제주군수를 무작정 찾아가 "평생 수집한 작품을 기증할테니 공원을 만들어 달라"며 화산섬 제주의 신화.전설을 돌로 표현하는 테마파크 구상안을 내놓았다. 신 군수는 "공원의 디자인.설계 등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요구하면서 2001년 군유지 30만 평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백 원장은 목석원 일을 직원에게 맡겨둔 채 '작업반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국비 190억원에 지방비를 합쳐 393억원이 투입되는 공원 조성사업은 내년 3월 돌문화전시관 개관으로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다. 북제주군은 입장료 등 수익금을 재투자, 제주섬 탄생신화의 주인공인 거대 여신(女神) '설문대 할망'을 형상화한 미술관 등을 짓는 2단계 사업을 할 계획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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