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국산 심장 달게 됐다

중앙일보

입력

군이 K-2 흑표 전차의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화하기 위해 작전요구성능(ROC) 일부 낮춰 국산화하기로 했다. 군은 당초 K-2전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32㎞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8초 이내여야 한다는 ROC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지속된 성능 검사에서 8초를 약간 넘기면서 국산화에 빨간불이 켜지자 9초로 늦추기로 한 것. 군 관계자는 “당초 ROC는 적이 공격했을때 순발력 있게 피하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한 것”이라며 “9초로 늦춰도 작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명품 무기로 평가받았던 K-2 전차는 그동안 파워팩 개발이 지연되자 초기 양산 100대는 독일산 파워팩을 얹어 지난 6월부터 군에 납품중이다. 그동안 엔진 균열 등의 결함으로 개발이 늦춰졌지만 최근 결함을 보완했다. 순발력 테스트에서도 군의 요구성능을 1초 미만으로 살짝 밑돌았지만 군이 이를 수정함으로써 양산 조건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K-2전차가 명실공히 국산화에 성공하게 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2차 양산분 100대는 국산화한다는 방침으로 시험을 계속해 오다 최근 “군사용 적합”판정을 내렸다. 방사청 관계자는 “한반도의 다양한 지형과 혹한 및 혹서 환경에서 8시간 연속가동시험과 100㎞ 연속주행시험 등 각종 야전 운용조건 기준을 충족했다”며 “충분한 주행시험을 통해 기동성능과 내구성을 입중해 시험평가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다만, 초기 순발력에 있어 시속 32㎞까지 걸리는 시간을 당초 8초에서 9초로 늦췄다.

정부는 K-2에 탑재하는 1500마력 파워팩 개발이 완료되면 다른 중장비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개발을 독려해 왔다. 전차의 핵심구성품인 1500마력 파워팩은 소형, 고효율, 고출력으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개발계획 대비 개발일정이 지연되었으나, 이번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선진전차 강국과 동등한 수준의 개발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정부 당국자는 “1500마력 파워팩 독자개발로 정비와 부품 수급 측면에서 수입장비보다 유리한 장점이 있다”며 “방산업체의 기술력 향상과 국내부품 개발 산업 활성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선진국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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