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대 정신건강 대책이 말해 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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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 관계자가 학.석.박사 과정 학생과 교직원 약 3만7000명 가운데 연간 1200명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자발적으로 상담한 204명 중 79%가 대인 관계, 학업 고민, 성격, 적응 장애, 편집증, 우울증, 자살 충동 등 정신 불안정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매년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라는 이 통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대학생의 정신질환은 대부분 우울증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대개 학습 부진으로 고민하다 휴학하거나 폭행과 성폭력에 연루되고 심하면 자살로 이어진다. 서울대에서는 올 들어 4명이 자살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부모와 학교, 교사의 보호를 받는 초.중.고 시절과는 달리 갖가지 갈등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대학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이다. 입시를 위해 성적 경쟁에 몰두했던 이들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인 대학 생활은 오히려 부담이 됐을 것이다. 온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기보다 성적 향상에만 매달린 결과다.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는 젊은이가 최신 지식을 익힌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장차 국가의 엘리트 층이 될 이들이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하다.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도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이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우선 당사자나 부모가 숨길 일이 아니다. 정신질환도 일반 환자처럼 똑같이 치료될 수 있다. 스스로 병력을 드러내고 진료받을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또 건강한 정신과 심적 안정을 위해 예술.문화 등 정서적인 활동도 장려하고 종교생활과 스포츠도 권장할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공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