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 대계를 위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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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금년 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담이 증가하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도 최종 개혁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8일 당론으로 확정해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김무성 대표가 “미래 세대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피력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힘들고 험하지만 누군가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 다소 이견을 보였던 당·청이 한 목소리로 연내 처리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다소 안도할 수 있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인식은 정확하다. 이 일은 단순히 연금 제도를 손보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고,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지금의 공무원연금은 1960, 70년대 틀을 토대로 하고 있다. 70년 기대수명은 61.93세, 지금(2012)은 81.44세다. 수명이 거의 20년이 늘어났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돈이 화수분처럼 솟아나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연금 부채가 484조원이 쌓여 있고 국민 1인당 945만원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이대로 가면 2080년까지 1278조원의 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새누리당 안대로 손을 댄다고 해도 836조원이나 남는다.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후손들에게 엄청난 짐을 안기게 되고 나라 살림도 짓눌릴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공무원을 살림이 어려운 국민들이 대대손손 보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누리당안이 여전히 미흡하며 많이 손봐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공해야 나라가 살고, 나라가 살려면 어떡하든 연내에 완수해야 한다. 내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개혁의 동력은 약화되고 정권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보다 이런 경험을 먼저 한 선진국들은 여야를 떠나 국회가 머리를 맞댔고(스웨덴), 정권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독일). 국가 대계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였기에 그리 했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할 때도 그랬다. 당시 정부는 연금 개혁을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길로 판단했다. 국민들은 연금 삭감이라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나보다 국가를, 나보다 후세대’를 먼저 생각했다. 그 결과 연금 개혁에 성공했고, 국민연금 재정 고갈 우려가 불식되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 다음 선거에서 손해를 본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국가 혁신을 위한 과제다. 이런 역사적 사명을 갖고 개혁 드라이브를 건다면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