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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BIZ] 中企 고민 해결…경영훈수 9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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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오리알 노른자위에서 기름(압란유)을 짜내는 방법을 개발한 울산의 J사는 오리알 기름의 효능 입증과 유통업체 선정을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중소기업청 경영기술지원단을 노크하면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지원단은 즉시 동방방역공사 회장을 지낸 정진욱씨를 파견했다.

정씨는 실태조사 후 ▶제품을 캡슐 형태로 가공하고 ▶특허 출원으로 독점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등의 경영 조언을 했다. J사는 이같은 진단을 받아들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냉동기용 단자 등을 생산하는 안양시 S사는 지난 3년간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자 기업경영 종합진단을 받은 경우다. 진단팀은 수농물산 대표이사 출신인 김용산씨(경영), 상업은행 지점장을 지낸 김승용씨(재무), 수원과학대 양대용 교수(생산)로 구성됐다.

이들은 사업규모 증가에 맞춰 조직을 세분화하고, 불량품을 줄이기 위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S사는 컨설팅 업체에 의뢰할 경우 최소한 수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경영 개선 작업을 무료로 해결한 셈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일부 최고경영자(CEO)에겐 은퇴가 없다. 중소기업청 산하 경영기술지원단에는 전직 CEO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경영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은행장 출신과 일부 현직 CEO까지 동참한 이 지원단의 규모는 모두 3백63명. 이들은 서울.경기.부산 등 지역별 12개 지부에 소속돼 중소기업 경영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회계.자금.기술 분야로 나눠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지원단은 1996년 공업진흥청이 중소기업청으로 개편될때 '원로봉사단'으로 출발했다. 9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 활동 중이다.

출범 때부터 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배홍기(68) 서울경영지원단장은 "상담을 받아보면 중기청이 있는지도 모르는 기업인, 장부 쓰는 방법도 모르는 경영자가 수두룩하다"며 "담보가 없어 금융권에서 외면받은 중소기업에 적절한 정부 정책자금을 받게 해줬을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말했다.

47명이 참여하는 서울경영지원단의 경우 기업체 CEO 출신과 은행장 출신이 가장 많다. 이밖에 국세청 등 공무원 출신과 기술지도사.경영지도사.회계사 등 공인자격을 갖춘 단원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IT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14명을 영입했다. 지난해 2천7백58건의 상담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도 3월까지 5백31건을 처리했다.

인터넷(http://seoul.smba.go.kr/techsup)이나 전화(02-509-7020~1)로 상담 신청을 받으며 필요할 경우 전문분야 담당자와 연결하거나 방문 계획을 세워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에서 필요로하는 전문경영인이나 기술직의 구인.구직을 돕는 역할도 한다.

기아특수강 임원과 기남기공 대표를 지낸 서상길씨는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예비 창업자들에게 충고한다.

최소한 지원단에서 제공하는 양식에 맞춰 준비상태를 점검해야 하는데 온라인 유통업체가 사내 전산화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드는 경우까지 봤다는 것이다.

서씨는 "전산화.해외용 카탈로그.홈페이지 제작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적지 않아, 지원단과 상담해보면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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