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정지역 공략 위한 인사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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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총선.보선 낙선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4.15 총선과 올 4.30 재.보선에서 낙선한 뒤 정부나 관련 기관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사가 31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80%인 25명이 영남권 출신 인사라니 인사 방식도 문제지만 내용도 이만저만 불균형이 아니다. 지역 균형개발이니 하며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기관들을 전국 각지에 내려보낸 정부가 유독 인사에서만큼은 영남만 챙기고 있으니 균형개발에 대한 정부의 진의마저 의심케 한다.

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낙하산 인사는 지역구도 극복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구도 극복이 아무리 중요한 명제라 할지라도 이를 편중된 낙하산 인사로 극복하려 한다면 그 자체가 지역구도 문제에 버금가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내가 몸담았던 정당은 영남에서 지지가 없다 보니 명망있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선거 때가 되면 인물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당내에서도 자연 소외된다"며 "이렇게 악순환이 되다 보면 지역구도는 더욱 굳어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문제는 왜 영남 인사에 집중돼 있느냐다. 그것은 내년 지방선거, 더 나아가서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특정지역 공략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영남 출신의 총선 낙선자로 충원된 환경부 장관 인사에 대해서도 정부는 그의 과거 대구 환경운동 집행위원장 경력을 내세우며 전문성의 근거를 둘러댔지만 정작 환경운동연합 본부는 환경정책 수행 책임자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내년 지방단체장 선거를 위해 경력을 쌓아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자리는 그 분야의 전문가나 경험자를 기용해 그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케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음 선거를 준비시키려고 장관 명패를 만들어 주는 게 인사가 아니다. 한때는 코드 인사만 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현 정부가 벌써 선거를 의식한 인사만 하고 있으니 국정은 누가 살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