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브라운관이 뭉쳤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세계 브라운관 1, 2위 업체인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일부 제품의 규격 통일과 부품 공유 등 협조를 강화키로 했다.

경쟁업체인 양사가 공조를 모색키로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양하고 시장을 키워 LCD 진영의 추격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말까지 17인치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부품의 규격을 통일하기로 합의했으며, 29인치 슬림 브라운관 제품에 대해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발 규격과 부품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삼성SDI는 21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부문에서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설계기술을 적용한 후면 유리를 한국전기초자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양사는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한 상당수 부문에서 부품을 공유하는 등 협력 범위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지난해 초 LCD 시장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브라운관 개발 및 부품 공용화에 대해 합의했지만 32인치 슬림 브라운관 개발 시점 발표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으로 한 때 관계가 멀어지기도 했다.

양사의 공조는 20~30인치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LCD TV가 급속도로 가격을 낮추면서 브라운관의 입지를 위협한 데 대한 공동대응으로 풀이된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