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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여의봉을 쥔 손오공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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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1보 (1~18)]
黑. 옥득진 2단 白. 이창호 9단

상상 속의 일이 실제 일어나면 어떤 심정일까. 8연승으로 왕위전 도전권을 따낸 옥득진은 이창호 9단과 도전기를 갖게 됐을 때 이렇게 말했다.

"이창호 9단과의 대국은 상상 속에서 막연히 꿈꾸던 일이었다."

무명기사로서의 프로 생활 5년 동안 이창호와는 한 번도 대국할 일이 없었다. 옥득진은 저 아래에서 헤매고 있었고 이창호는 구름 위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었다. 속말로 노는 물이 달랐다. 그런데 어느 날 옥득진이 여의봉을 쥔 손오공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갑자기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온 옥득진은 지금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6월 10일 오전 10시, 한국기원. 이창호와 옥득진이 마주 앉았다. 돌을 가리니 옥득진의 흑. 첫수가 우상 소목에 떨어지며 왕위전 5번기가 시작됐다.

흑 3에서 3분, 5에서 5분. 옥득진은 조심스럽다. 이 왕위도 6에서 4분, 8에서 10분을 쓰는 등 지극히 신중한 자세를 보여준다. 역시 이창호의 사전엔 경적(輕敵)이란 없다. 그러나 이창호가 10부터 거의 노타임으로 두기 시작한 반면 옥득진은 매 수 눈을 빛내며 장고를 거듭한다.

▶ 참고도

13에 걸쳤을 때가 초반의 기로. 이 9단은 14로 깨끗이 잡아버렸다. '참고도' 백 1, 3으로 두는 것이 보통의 흐름으로 보이지만 이 부근에 흑돌이 놓이게 되면 좌상 6으로 끼우는 수가 성립한다. 이 구도는 전체적으로 백의 실리가 부족하다고 이창호는 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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