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98. 말씀이 계시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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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예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졌다. 이는 동쪽에 있는 예의에 밝은 나라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이르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는 높임말이 발달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있다'를 높인 '계시다'이다.

일상생활에서 이 '계시다'가 자주 잘못 쓰이고 있다. "운동에 소질이 계셨군요" "사장님의 축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말은 "운동에 소질이 있으셨군요" "사장님의 축하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등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있다'의 높임말로는 '계시다''있으시다'가 쓰인다. 하지만 현대 국어에서 '계시다'는 사람을 주어로 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계시다'의 옛말인 '겨시다'는 사람이 아닌 명사도 주어가 될 수 있어 '말씀/소질이 계시다'라는 옛말을 살려 쓴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현대 국어에서 '말씀/소질' 등은 높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대신 어떤 행동이나 상태 등을 나타내는 서술어의 주체를 높여 존대하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 '-으시-'를 사용해 '말씀/소질이 있으시다'로 고쳐 쓰면 된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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