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점유율 8% 올리고 순익 1위 … '유통'으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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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도입 후 애플 스토어와 같은 흰색 바탕으로 배경을 바꾼 소프트뱅크 스토어.

손정의(57) 회장이 이끄는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全) 세계적인 ‘성공사(史)’를 만들어낸 회사다. 기간 산업이자 규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이통 산업에서 이렇게 급속한 성장을 거둔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 소프트뱅크의 성공 요인도 유통 덕분이다. 소프트뱅크는 다른 사업자들과 달리 출판업과 소프트웨어 판매가 회사 모태다. 이때문에 NTT도코모·KDDI 등 시장 1·2위 사업자가 네트워크 투자에 치중하는 대신, 소프트뱅크는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고 유통망 정비에 집중했다.

 우선 소프트뱅크는 2008년 7월 아이폰을 일본 내 독점 판매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매장 디자인부터 마치 ‘애플 스토어’처럼 리모델링했다. 일본에 있는 소프트뱅크 스토어는 모두 애플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흰색을 바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아이폰을 선호하는 20~30대 소비자를 위해 아이폰에만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투하하면서 2007년 당시 16.6%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25%(지난해 말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네트워크 투자비가 적게 드는 ‘시분할 방식 LTE(TD-LTE)’ 방식을 채택한 것도 소프트뱅크만의 특징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망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로 인해 모두 주파수 분할 LTE(FDD-LTE)를 채택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당시로서는 소프트뱅크가 중국에서나 사용하는 TD-LTE 때문에 곧 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면서 “소프트뱅크는 시대 흐름을 읽는 마케팅과 영업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요금제도 잇따라 출시했다. 2008년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3G 무제한 데이터정액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과금에 부담을 느끼는 ‘2030 세대’를 위한 조치였다. 2011년에는 아이폰4S 도입과 함께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무상으로 휴대폰을 교체해주는 무상기변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해에는 소프트뱅크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가족이 아이폰 5S·5C 모델을 구입할 경우, 데이터 요금을 1050엔(약 1만2300원)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 이통시장의 ‘5대 3대 2’ 점유율 구도를 깨는데 성공했다. 아이폰 도입에 망설이던 NTT도코모와 KDDI도 결국 지난해부터 아이폰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실적도 시장 1·2위 사업자를 넘어섰다. 소프트뱅크는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42% 증가한 5270억엔(약 5조293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NTT도코모(4647억엔)보다 순이익이 많아진 셈이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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