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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 10년의 성과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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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005년 6월 22일 진행된 우리민족서로돕기 평화나눔센터 정책토론회에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대북지원 10년의 성과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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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대북지원의 의의

    인도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상황의 개선’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정치·외교적 사안과 연계되지 않는 원칙을 견지한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은 원칙적으로 지원대상국의 정치적 환경이나 조건과 연계되지 않는다. 대북지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지원과 남한의 대북지원은 일정한 차이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북지원은 인류애적 가치의 구현이라는 보편성과 아울러 한민족 사이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특수관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국제사회의 대북지원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분단상황이라는 복합적 요인은 대북지원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한반도 및 남한사회에 직접적·즉각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민족으로서 분단상황에 놓여있는 북한에서의 인도적 지원 상황의 발생은 곧바로 남한사회의 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대북지원은 다른 인도적 지원과 달리 분단상황과 남북관계의 변화, 그리고 통일이라는 복합적 맥락속에서 이해될 수 밖에 없다.

    주지하다 시피 대북지원은 냉전적 대립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화 상황에서 구조적 요인과 아울러 자연재해 등 상황적 요인이 겹쳐 기아상황에 까지 다다른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 그리고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폐쇄적인 북한은 대북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1995년 북한이 국제기구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이후 10여년간 대북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대북지원은 최근 북핵위기심화로 국제사회의 지원감소 등 변화를 겪어 왔으나, 10여년간 지속된 대북지원은 북한주민의 긴급구호와 아울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선되기 어려운 북한의 경제상황과 남한의 화해·협력적 대북정책의 구사는 대북지원을 지속시켜 구조화된 경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10년간의 대북지원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보다 발전적 대북지원의 방향성을 도출하는 것은 북한내의 인도적 상황의 개선과 아울러 남북관계발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긍정적 의의를 지닌다 할 수 있을 것이다.

    Ⅱ.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전환과 대북지원

    6.15 남북정상회담은 무엇보다도 장기간 지속되어온 냉전적 남북 대결구조를 화해·협력구도로 전환하는 계기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동시에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대북포용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오고 있다. 대북지원은 이와 같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전환 및 이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과정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민의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남북 대립에서 화해협력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대북포용정책의 목표는 분단상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여 장기적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당장의 법적․제도적 통일의 추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포용정책은 첫째,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둘째, 일방적 흡수통일 불추구, 셋째, 남북간 화해협력의 적극추진을 대북정책의 3원칙으로 내세웠다. 이와 같은 점에서 대북지원을 포함하는 남북한 교류‧협력사업의 활성화는 대북포용정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구체적 방법론으로서의 의미를 가졌다.

    2003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계승·발전시켜 통일․외교․안보․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평화번영 정책을 마련, 이를 견지해왔다. 평화번영정책은 대북포용정책에서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토대로 남북 공동의 번영을 추구함으로써 평화통일기반을 구축하고 동북아 경제중심을 이룩하려는 장기적인 국가발전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번영 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증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공동번영 추구’이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원칙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상호신뢰 우선과 호혜주의’,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한 국제협력’, 그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평화번영정책은 「국민의 정부」의 대북포용정책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북 및 통일정책을 국가발전전략 속에서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책적 맥락에서 대북지원은 남북관계개선의 촉진요인으로 해석되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남북간 화해협력의 적극 추진’이라는 방법론적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상호 불신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보다 많은 대화와 접촉, 그리고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특히 가능한 분야에서부터의 교류협력 활성화는 상호이익과 민족의 복리를 도모할 수 있음은 물론, 남북간에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도 대북지원의 확대에 있어서 긍정적 환경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대북지원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이나 시혜의 차원을 벗어나 민족 전체의 공동 발전과 번영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남북협력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북지원의 확대는 북한내 인도주의사안의 해소 및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과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복합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는 남북한간의 신뢰구축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 통일의 기초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북지원은 이와 같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전환과정에서 상당한 추진력을 받아왔다는 긍정적 차원과 아울러 ‘대북정책과의 친화력’이라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북한이 얼마나 변했느냐’라는 대북정책의 효율성이라는 외적인 척도에 의해 재단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대북지원 현황

    사회주의경제체제의 만성적 위기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북한은 1995년 자연재해로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국제기구에 처음으로 식량지원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남한의 민간과 정부의 대북지원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정부차원의 지원은 WFP와 UNICEF 등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참여 및 적십자사를 통한 간접지원과 남북한 정부간 직접지원의 형태로 추진되어 왔다. 직접지원의 경우 1995년 쌀 15만톤 지원을 시작으로 2000년과 2002년에는 차관공여방식을 통해 식량을 지원했다. 1999년 북한의 식량증산을 위해 15만 5천톤의 비료를 지원한 이후 비료지원을 해왔으며, 2000년과 2001년 각각 20만톤, 2002년 이후에는 매년 30만톤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해왔다. 또한 정부는 2000년부터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을 지원, 2000년 7개단체에 33.8억원, 2004년 23개 단체에 88.7억원 등 5년간 290억원을 지원했다.

    민간차원의 경우 초기에는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간접적 방식으로 대북지원을 실시했으나, 1997년 남북적십자사간 합의 이후, 직접지원방식을 채택해왔다. 이후 1999년 대북지원창구 다원화 조치가 실시됨에 따라 민간단체의 독자적인 대북지원이 가능해져, 2004년 말 현재 33개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창구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민간의 대북지원은 5,109억원이며,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40억원(0.8%),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499억원(29.3%), 독자창구를 통해 3,570억원(69.9%)을 지원했다. 대북지원은 초기 식량지원위주의 일회성지원에서 지속성을 띤 지원으로 변화해왔으며, 내용상으로도 농업개발, 보건, 의료, 취약계층지원 등 전문화된 영역으로 발전해왔다.

    대북지원의 확대추이가 이어지면서 모니터링 제도 등 분배의 투명성확보를 위한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은 협력관계의 강화필요성을 인식, 2004년 9월부터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상임운영단체와 통일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를 발족·운영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10년을 맞은 대북지원은 양적·질적 차원에서 공히 상당한 발전과 역량을 축적해왔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Ⅳ. 대북지원의 평가와 의의

    대북지원 10년의 평가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북한내의 인도적 상황의 개선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북한내의 인도적 상황의 발생은 자연재해라는 단순요인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대북지원은 지속성을 요구한다. 남한사회는 이와 같은 대북지원의 특성에 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특수관계’에 있으며, 북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대북지원의 내용도 초기의 단순, 긴급구호의 차원에서 점차 다변화하는 경향을 나타내 양적발전과 아울러 질적 발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이 농업지원 및 보건의료분야 등 점차 전문적인 분야로 대북지원이 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체 대북지원에서 일반구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대신 농업복구 분야와 보건의료분야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북한의 대남의존도도 점차 심화되어 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2004년 하반기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대화가 최근 북측의 요구에 의해 재개된 요인중의 하나는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비료’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2001년을 기점으로 감소추세로 접어들었음에도, 남한의 대북지원은 지속적 증가추이를 이어온 점에서도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경색국면, 또는 외교·군사적 돌발사안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대북지원은 증가추이를 이어왔다. 2004년 하반기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정부의 대북지원은 모두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이와 같은 점은 대북지원에서 남한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지원은 남북한간의 ‘거리감’을 상당부분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남북한사회 양자 모두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의 지원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더 이상 남한사회의 대북지원을 주민들에게 감출 수 없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북한주민들은 남한의 대북지원 및 남한의 생활상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북한의 장마당에서 남한이 지원한 쌀자루속의 쌀이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남한사회 역시 대북지원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청산되지 못한 냉전문화속에서 ‘퍼주기’논쟁이 대북지원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야기했으나, ‘용천재해’때 나타난 것처럼 북한의 재해는 남한사회의 재해와 다르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대북지원은 남북한주민에게 서로의 존재를 인식시켜주는 계기이자, 특히 남한사회에서 남북교류와 통일 문제에 연령과 계층의 경계를 벗어나 일반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였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10여년간의 전개과정을 통해 양적·질적 발전을 이루어온 남한사회의 대북지원은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낳았으며, 개선의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대북지원의 양적확대과정에서 ‘지원자 편의주의’와 ‘과당경쟁’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지원을 받는 쪽의 요구는 핵심적 의의를 지니나, 대북지원의 경우 이 같은 원칙이 견지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했다. 이는 남북특수관계와 지원자 자체의 내부적 요인이 지원의 실효성이라는 실질적 차원보다 중시되는 경향때문인 것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지원에 참여하는 민간단체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부분적으로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으며, 특히 상당수 민간단체가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북지원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지원 등은 부분적으로 중복지원 및 과당경쟁 등 부정적 측면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만성적 위기구조를 탈피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긴급구호의 상황에서 다소 벗어나게 되고, 남북협력사업의 확대 및 정부차원의 협력으로 북한이 대규모 지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북지원의 성격자체가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북한은 오래전부터 대북지원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전반에 대해서 실리추구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소규모 지원에 대해 북한이 과거처럼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며, 북한측의 입장에서 ‘소액·다품종’의 민간지원보다는 ‘대규모’의 보다 편리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Ⅴ. 대북지원의 발전방향

    대북지원의 발전적 방향성 모색을 위해서 우선 대북지원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1995년 이후 남북관계 및 북한내 상황은 상당부분 변화해 왔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 역시 변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 이와 같은 상황변화는 대북지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으며, 특히 남북관계와 북한내의 상황변화는 긴급구호 등 일반구호라는 초기적 성격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용천역 사고와 같은 예기치 않은 사고의 경우 등 긴급구호의 필요성은 상존하고 있으나, 대 북한지원의 필요성은 상당부분 북한의 구조화된 경제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예측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상황변화는 대북지원이 북한의 자력으로 식량문제 및 기타 인도적 상황의 개선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보다 계획적인 틀 속에서 중장기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북지원 10년을 계기로 ‘긴급구호형’의 지원성격이 ‘개발 지원형’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대북지원의 목표가 긴급구호상황의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차원의 능력향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대북지원에 있어서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상호보완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을 통해 대북지원 및 남북교류협력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민간차원의 지원의 경우 민간분야가 자율적인 교류‧협력의 주체가 되어야 하므로, 민간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나, 사안의 특성상 정부의 역할이 효율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교류협력전반의 효율성확대를 위해 정부와 민간간의 협력관계의 심화가 필요한바, 대북지원분야에 있어서도 정부와 NGO간의 협조체제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점에서 대북지원단체들이 결성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참여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2004년 9월 발족한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민관협)의 실질적·발전적 운영이 요구된다.

    동시에 대북지원민간단체들의 양적 확대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토대로 사업의 효율적 추진 및 부작용 방지 등을 위해 민간단체사이의 협력구도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간단체의 경험과 노하우, 북한측과의 연결망 등은 대북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으로 관리·활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발전적 운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권위있는 협의체로서의 위상을 강화, 대북지원단체의 자정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북지원전문단체들의 경험과 노하우, 북한측과의 연결망 등은 대북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으로 관리·공유·활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북지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물적 기초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한의 민간단체들은 서구에 비해 물적기초가 취약하며, 상당수가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짧은 시민사회의 역사와 기부문화의 결핍 등 다양한 요인에 근거한 것인 만큼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민간단체 자체의 노력과 아울러 효율적 방식을 통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의 민간단체지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서구의 경우에도 공적개발원조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관계가 일반화된 만큼 민간단체의 자생력강화를 전제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기금의 활용확대와 아울러, 기존에 조성된 각종 기금들을 남북사회문화교류·협력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간차원의 통일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지원에 있어서도 남북정상회담이후 남한사회에 제기되어온 새로운 문제 즉, ‘국민적 합의구조 형성’이라는 적극적 문제의식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개선의 전반적 과정은 남한내의 대북정책추진에 대한 합의정도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대북정책추진기반의 강화는 남북 관계 개선과정에 있어 핵심적이며, 근본적 의미를 지닌다. 주지하다시피 냉전문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전되는 남북관계개선과 아울러 비판적인 여론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정당정치에서 증폭, 재현되는 순환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남북관계는 정쟁의 소지로 이용되는 경향을 보여 왔으며, 결과적으로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약화시켜 왔다. 대북지원도 민족문제 정쟁화라는 소모적 재생산 구조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퍼주기’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민사회의 특성상 대북·통일문제에 대한 일사불란한 합의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민족문제의 정쟁화의 소지를 줄이는 최소한의 합의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의 노력과 아울러 남한의 시민사회에서 통일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대북지원 민간단체 역시 냉전문화라는 분단의 유제 해소 및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구조 형성, 그리고 나아가 정상적 시민문화의 형성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 시피 대북지원 10년의 기간이 경과하면서 남한의 지원은 대북지원에 있어서 양적·질적차원에서 핵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변화의 숨은 의미는 북한의 대남의존도 심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있어서 남한의 지원은 더 이상 상징적 의미가 아닌 실질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북지원’은 이제 남북한 모두에 생소한 단어가 아니라 일상적 단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용천역 사고에서 보여 지듯이 남한사회내의 구호와 다를 바 없는 지원체계 및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증명되었다.

    이는 동시에 대북지원이 보다 체계적인 계획과 효율적 구조속에서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대북지원은 이제 패러다임전환이라는 근본적 문제의식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발전적 방향을 요구받고 있다.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초로 대북지원에 대한 발전적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의 성숙된 시민사회의 요구의 충족과 아울러 북한내의 예방시스템 강화와 개발지원 등 질적으로 고양된 목표의 설정과 추진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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