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적 군경 알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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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병대.전투경찰의 알몸 사진, 법무부 경비교도대의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 해병대 선임병이 속옷만 걸친 채 서 있는 후임병의 옷을 들춰 보는 사진과 알몸으로 차려 자세를 한 전경 6명의 모습은 너무나 엽기적이다. 경비교도대 내무반에서 선임병이 몸을 날려 후임병의 상체를 발로 차 쓰러뜨리는 장면 또한 충격적이다.

해당 기관들은 "5~6년이 지난 것" "지난해 텔레비전으로 미국 프로레슬링을 보면서 흉내 낸 것" "모 전경대에서 상경 진급 기념으로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관련 교도대원을 점호 이후 텔레비전 시청과 디지털카메라 반입 규정 위반으로 징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광경은 분명히 국방과 공익근무의 의무를 수행하는 젊은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선임병과 후임병끼리 장난삼아 저지른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다. 각 기관의 설명처럼 '과거의 일'일 뿐인지도 궁금하다. 지금도 군경.경비교도대 내부에서 성적 학대와 폭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병영과 내무반의 반인권적 일탈에 대한 유무 점검과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교육이 시급하다.

군경은 문제의 사진과 동영상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관련자를 다시 조사해 당시 불법은 없었는지와 인터넷에 번진 경위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알몸.폭행 피해자들로서는 두 번씩이나 인격 모욕을 당하는 것이다. 강제로 옷을 벗게 되거나 폭행당할 때 얼마나 치욕스러웠겠는가.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수치스러운 모습을 공공연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가 막힐 것이다.

차제에 인터넷 예절도 보다 성숙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타인의 인권을 말살할 가능성이 큰 장면을 마구 퍼 나르는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재미있다고, 고발한다고 무심코 유포하지만 타인의 인권 유린이 될 수 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모습을 인터넷에 게재.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 제정 검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