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장기 집권 '작전'시작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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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러시아의 집권 여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성공시키기 위한 편법 시나리오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러시아 단합당'은 현재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2008년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 보장을 위한 성격이 짙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3일 러시아 단합당의 한 의원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1차 독회(讀會.논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이 임기 만료 전에 자진 사퇴함으로써 치러지는 조기 선거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사퇴한 공무원이 2차 선거에 재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선거법은 자진 사퇴한 선출직 공무원은 사퇴 직후 치러지는 조기 선거는 물론 1차 선거 불발로 인한 2차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2차 독회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개정안이 채택되기 위해선 3차에 걸친 독회를 통과해야 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당이 하원 전체 의석(450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의 선거법 개정안이 1차 독회를 통과하자 야당은 "이번 개정안은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실현시키기 위한 크렘린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2008년 5월 임기 만료에 임박해 자진 사퇴한 뒤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재집권을 시도하려는 구상이라는 주장이다. 야당은 정부의 적극적 선거 홍보나 공권력의 지원 없이는 투표율이 50%를 넘을 수 없어 1차 조기 대선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될 경우 푸틴이 곧바로 치러질 2차 조기 대선에 재출마하고 '집권 프리미엄'으로 당연히 당선될 것이란 주장이다.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지만 모스크바 정가에선 벌써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크렘린이 ▶내각제 개헌▶대통령 3기 연임 허용 개헌▶러시아-벨로루시 통합 대통령 취임 등 다양한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검토,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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