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과 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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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권력」내지 「권력현상」은 정치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의 가장 중요한 주재에 속한다. 권력을 둘러싸고 인간의 중요한 역사가 전개되어 왔듯이 사회과학도 권력 내지 권력현상을 둘려싼 문제들과 씨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에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전개되어 왔지만, 앞으로도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끊임 없는 지적·실천적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일찌기 「라스웰」이 권력을 정신분석학적·심리학적 방법으로 구명하여 대만한 성과를 우리들에게 제시한바 있고 또 「프랑크푸르트」학파도 권력에 대한 주목할만한 비판적 연구업적을 정립시키기도 했지만, 권력의 정체를 구명하는 작업은 지금 이시간에도 많은 사회과학자들(아니 인문과학자들까지 포함하여)에 의해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엘리아스·카네티」의 대저 『군중과 권력』은 권력 내지 권력현상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하나의 문헌이 된다고 하겠다.
이책이 비록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학가에 의해 저술된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과학자에게 오히려 더 신선한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카네티」는 단순한 소설가가 아니라 인류학자·사회심리학자·극작가로서 『20세기 최대의 보편적 사상가』(역자의 해설)임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여기서 또 주목하는 바는,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권력」으로서 만이 아니라 「군중」으로서 해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네티」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역장에서 일어나는 군중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핵심적 명제로 삼는다. 권력과 군중이라는 두차원으로 저자「카네티」는 인간의 본질을 가차없이 척결해 내는 것이다.
「카네티」는 이책을 완성하는데 40년이라는 놀라운 지구력과 정열을 쏟았다고 한다. 그의 종횡무진한 박식, 역사와 문명현실을 꿰뚫는 통찰력에 우리는 놀란다. 한권의 저술을 위한 그 진지성과 치열성에 또한 놀란다. 그가 인용하는 문헌의 방대함은 그가 이책을 위하여 얼마나 힘을 들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각장마다 원주가 붙어있고 책끝에 대단한 참고문헌을 수록하고 있다).
그가 이책을 쓰게된 동기는 나치시대 군중의 일원으로 동원된 그의 개인적 체험과 연결된다. 문학가이자 사회과학자로서의 그의 절박한 체험은 확신에 찬 그의 논리를 형성시키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책은 주우사(강두직역)와 한길사(반성완역)등 두 출판사에서 나왔다. 김학준(서울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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