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현단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60년대 후기와 70년대 전기간을 통하여 우리문학에 크게 기여한 계간「창비」의 김윤수·백악청·염무웅씨가 엮은 「한국문학의 현단계」에는 오늘의 우리문학이 안고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룬 13편의 신작평론이 실려있다. 이글들에서 우리는 70년대의 문학적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백악청씨의 『리얼리즘에 대하여』는 70년대의 가장 큰 쟁점의 하나였던 리얼리즘을 서구문학의 흐름속에서 이해하면서, 그속에 70년대의 한국문학의 성과를 소화하고 있을 뿐더러 80년대의 새로운 발전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리얼리즘이 낭만주의속에 내재하는 고전주의적 가능성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는 견해는 리얼리즘에 대한 일반의 소승적인 이해를 한꺼풀 벗게 하기에 충분하다.
같은 리얼리즘의 문제를 다룬 김종철씨는 『제3세계의 문학과 리얼리즘』에서 제3세계적 관점의 진보성, 제3세계 문학에 있어 보다 의식화된 서구 리얼리즘의 창조적 계승의 필요성, 제3세계적 관점의 철저화, 즉 민중생활적 입장의 불가피성등을 강조함으로써 한국문학의 방향을 암시한다.
권두의 염무웅씨의 『서사시의 가능성과 문제점』은 근래에 보기드문 탁윌한 논문으로서신문학 초기부터 계속되어온 장시 내지 서사시에 대한 노력을 분석·평가하고 그 가능성을 진단한 글이다. 김동환의 『국경의 방』에 대한 분석, 70년대에 이루어진 업적, 예컨대 『소리내력』『갯비나리』등에 대한 평가는 그의 뛰어난 문학평론가로서의 모습을 새롭게 확인시켜 준다.
새얼굴인 김종철씨의 『작가의 진실성과 문학적 감동』은 오늘의 평론이 안고 있는 현실감각이 뒤진 강단비평적 요소를 반성하게 하면서, 바람직한 작가론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문학이 실천적인 삶과 동떨어져 있을 때 그것은 죽은 것이 되며, 평론도 그 예외는 아니다. 이 새얼굴의 등장은 평단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다.
최원식·채희완·임진택·황광수의 평론도 감동깊게 읽었다. 다만 이책을 읽으면서 하나 아쉬웠던 것은 70년대 기간중에 애쓴 중요한 작가·시인에 대한 폭넓은 살핌이 없었다는 점이다. <창작과 비평사 간·국판 352페이지·값3천5백원> 신경임(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