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작가·작품|유홍종씨 소설『아침의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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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달의 소설 중에는 유홍종씨의『아침의 죽음』(현대문학), 윤흥길씨의『꿈꾸는 자의 나성』(문학사상), 최일남씨의『탱자』(문학사상), 전상국씨의『술에 눈뜨다』(현대문학), 박양호씨의『조그만 적』(한국문학)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지적됐다.
유홍종씨의『아침의 죽음』은 주인공 노인의 죽음을 통해 물질만능이 가져다줄 정신적 황폐와 공허를 묘사하고 있다. 평생을 돈을 추구하며 살아온 노인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식」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가치를 얻으려는 몸부림을 치는데 이는 우리시대 비극의 한 단면이다. 노인은 그러면서도 가정부를 교묘하게 유인하여 아이를 배게하는 교활한 방법을 쓴다.
이는 물질주의의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타락을 말해준다. 2O대 중반의 가정부는 노인이 죽은 후 자기에게 주어질 수 있는 부를 거부하는데 유씨는 이를 통해 물질만능을 벗어나려는 지혜를 나타내려하고 있다.
윤흥길씨의『꿈꾸는 자의 나성』은 매일처럼 로스앤젤레스에 가야겠다며 비행기표를 주문하는 사람과 그를 옆에서 관찰하는 또 다른 회사직원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약간 정신이 나간, 로스앤젤레스에 가겠다는 사람은 현실 도피의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다. 이를 관찰하는 회사원은 문벌·파별·출신지방을 내세우며 승진의 기회를 노리고 싸우고 있는 회사 안의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
두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로스앤젤레스로 가지 않겠으며 회사에서 견디어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데 윤씨는 이를 통해 우리가 처한 환경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며 보다 나은 상태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일남씨의『탱자』는 50대의 한국사람이 어떻게 미국·미국인과 접해왔느냐를 그리고 있다. 해방이 되었을 때 미국의 구호물자를 받고, 6·25때 미군과 함께 종군하고, 사회에 나와 회사에서 미국인을 만나는 주인공은 미국인을 짐에 초대해놓고 동네방네에 자랑하는 사람이다. 최씨는 주인공의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박양호씨의『조그만 적』은 다용도실에서 시작하여 부엌을 거쳐 안방까지 침투한 쥐를 없애면서 우리생활을 살금살금 위협하고 침식하는 것들을 드러냈다. <도움말 주신 분="김윤식·김치수·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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