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원평가제 회피하려는 꼼수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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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적격 교사를 학교에서 퇴출시킨다고 한다. 교육부총리와 전교조 등 교원 3단체장, 2개 학부모단체 대표가 부적격 교원에 대한 처리 방안을 마련해 연내에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교원단체의 반발로 교원평가제 실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부적격 교사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시간에도 비리와 범법을 저지르거나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사가 교단에 서있는 게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금품수수와 학업성적 조작, 성폭력, 폭력행사, 상습도박 등 일탈 행위를 일삼은 교사에게 자녀교육을 맡기고 속앓이하는 학부모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학습지도가 불가능한 정신질환자가 교단에 서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교육부는 진작 이들을 색출해 적합한 조치를 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던 것은 부적격 교사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현행 교원징계제도를 보면 징계사유나 양정기준 등이 일반공무원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교직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교사 사회에 팽배한 온정주의로 인해 말썽이 생기면 적당히 무마하고 덮어버린 뒤 교장이 전보내신권을 발휘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게 고작이다.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결함투성이 교사는 전근 갔다고 달라질 리 없다. 따라서 도덕적.윤리적으로 보다 엄격한 교육공무원 징계기준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을 지금에서야 추진하는 교육부는 그동안 직무유기를 해온 셈이다. 두 손 놓고 있다가 교원평가제 도입이 전교조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자 '꿩 대신 닭' 모양새로 추진하는 것이 문제다. 부적격 교원대책이 교원평가제를 포기하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어서는 안 된다. 부적격자는 당연히 퇴출시키고, 교사평가는 그것대로 적용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능력을 평가해 상벌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교사의 전문지식, 수업 및 학생지도 능력, 학급경영 능력을 판별해 합당한 혜택과 불이익을 주는 교원평가제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